[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소니가 27일 신형 렌즈교환식 카메라 ‘알파3000’을 발표했다. 미러리스 카메라 ‘NEX-5T’와 함께 공개된 알파3000은 성능이나 디자인 등으로 따져봤을 때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런데 알파3000은 모양만 DSLR 카메라에 가까울 뿐이지만 실상은 미러리스 카메라나 다름없다. NEX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E마운트, 그러니까 미러리스 카메라 렌즈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DSLR 카메라 시장에서 소니의 입지는 미미하다. 니콘, 캐논 등 다른 업체가 워낙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한 콤팩트 카메라 시장의 축소, 상대적인 미러리스 카메라가 부각되면서 이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린 소니지만 DSLR 카메라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알파3000의 가장 놀라운 점은 가격이다. 해외 기준으로 본체와 표준 줌렌즈(18~55)를 더해 399달러(한화 약 44만5000원)에 불과하다. 다른 DSLR 카메라는 물론이고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더구나 소비자가 알파3000을 정통(?) DSLR 카메라로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니콘, 캐논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다.
1차 목표는 캐논으로 전망된다. 크기와 디자인에서 ‘EOS100D’와 엇비슷하다. 물론 가격은 알파3000이 훨씬 저렴하다. EOS100D는 국내에서도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본체만 60만원에 육박한다.
다만 알파3000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액정표시장치(LCD), 전자식 뷰파인더(EVF) 등에서 손해를 감수했다. 제품을 구입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카메라 마니아나 DSLR 카메라를 꾸준히 써본 사용자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은 이런 단점을 덮고도 충분하다. 여기에 APS-C 규격 CMOS 이미지센서(CIS), 풀HD(해상도 1920×1080) 동영상 촬영, 스테레오 마이크, 광학식 손떨림 보정 등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알파3000에서 확인할 수 있는 소니의 DSLR 카메라 전략은 미러리스 카메라 경쟁력을 그대로 이어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CIS 성능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소니의 다음 목표가 구체화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알파3000을 DSLR 카메라의 모습을 닮은 저가 렌즈교환식 카메라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하반기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공개가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상황이고 이 제품이 내년 초에 알파3000과 비슷한 형태로 출시되면 DSLR 카메라 시장이 어떻게 요동칠지 점치기 어렵다.
소니에게 남은 과제는 브랜드 충성도와 생태계다. 그 동안 숱하게 니콘, 캐논이 장악하고 있는 DSLR 카메라 시장을 두드렸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문, 방송과 같은 언론계와 사진작가 등이 소니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렌즈도 그만큼 다양해질 수 있다.
모든 것은 알파3000 이후 소니의 차세대 렌즈교환식 카메라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파3000의 행보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