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드라이브 나선 한국레노버…물량 쏟아내기 본격화?
- 2분기 판매 할당량 6만대, 매년 2배 성장에 박차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가트너와 IDC 등 주요 시장조사업체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9~11.4%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량으로 따지면 7500~7600만대 사이다.
주요 업체의 성장률 감소폭도 이어졌다. 에이서 35.3%, 에이수스 20.5%, HP 4.8%, 델 3.9% 순이었다. 이 가운데 레노버는 유일하게 1% 이하의 감소폭을 나타내 HP를 제치고 전 세계 1위 PC 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레노버가 PC 시장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3분기 HP를 밀어내고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당시 가트너 자료에서는 1위를 기록했지만 IDC의 경우 2위라고 밝혔다. IDC는 워크스테이션을 PC에 포함시켰고 가트너의 경우 이를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그 동안 레노버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HP를 제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 시장에서의 탄탄한 입지를 바탕으로 남미, 유럽 등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중국에 밀려 전 세계 2위 시장으로 밀려난 미국에서도 2분기 홀로 19.7% 성장할 정도였다. 다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큰 감소세를 보여 지역적인 편차를 보였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레노버는 올해 2분기부터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2분기에만 판매량 목표를 6만대로 늘려 잡았다. 작년 기준으로 분기당 평균 3만대 수준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이 매년 50%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물량 확대에 나선 셈”이라며 “본사 입장에서 한국은 충분한 시간을 줬으니 본격적인 실적 압박을 받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레노버는 한국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봤다. 토종 강자인 삼성전자, LG전자를 단시간에 따라잡기를 어렵다고 보고 외국계 업체 가운데 1위인 한국HP를 먼저 목표로 설정했다. 작년 10월 부임한 강용남 대표도 “3~4년 이내에 외국계 PC 업체 가운데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바 있다.
한국은 홍콩, 대만과 함께 HTK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총괄 사장은 작년 9월 부임한 잭 리 부사장이다. HTK에서 한국은 홍콩, 대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낮다. 거꾸로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봐야 한다.
한국레노버의 본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은 이전부터 조금씩 감지되어 왔다. 강 대표는 올해 사무실을 역삼동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하이퍼 그로우스(Hyper Growth)’라는 한국레노버만의 슬로건을 내세웠다. 매년 2배씩 성장하겠다는 것이 기본 골자다. 이는 본사에서 요구한 한국 시장에서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올해 2분기 레노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역성장한 이유는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약세 때문이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수직계열화 시스템을 갖춘 레노버는 중국에서 상당량의 제품을 만든다. 따라서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이 오면 레노버의 PC 출하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에 속한 다른 국가에서의 선전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한국과 마찬가지로 5%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국가로 인도,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가 꼽힌다. 이들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이 10%대로만 올라가도 상당한 완충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히 한국에서 한국HP, 델코리아 등이 주력하고 있는 서버, 워크스테이션 등 기업시장에 대한 욕심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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