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칼바람 맞는 공공 IT인력…“결국 사회적 손실”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공공 IT전문 인력이 사라지고 있다.
올해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IT서비스업체들의 공공사업 참여가 전면 제한되면서 IT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존 공공부문 IT인력들이 1차 구조조정의 칼날을 맞고 있는 것이다.
앞서 IT 대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공 IT시장 참여 금지에 따른 대응방안으로 기존 공공 IT인력들을 해외사업부나 금융및 제조사업부 등으로 분산 재배치했다. 지난 십수년간 애써 키워놓은 공공 IT인력들의 유출을 일단 막아보자는 궁여지책이었다.
하지만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공공부문을 제외한 일반 SI(시스템통합)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고 전자정부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해외 SI시장 공략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물론 예외사업으로 인정받으면 공공 IT사업에 참여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예외사업의 범위는 넓지 않다. 결국 IT서비스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 잠못드는 공공 IT 인력들
대기업계열 IT서비스회사인 A사는 올해 1분기부터 경력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최근 2-3년간 경력직원을 비교적 공격적으로 확충해 왔지만 공공사업 참여 제한이라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서 다시 경력사원 정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B사 역시 중간 간부급인 과장, 차장급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공공SI(시스템통합)사업이 축소되면서 관련 인력들이 우선 구조조정 대상이다.
C사 역시 공공사업 담당 조직을 점차 축소해 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아예 향후 공공 IT조직 자체를 없애기로 하고 인력을 내보내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해당 기업들은 이같은 구조조정에 대해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직원들의 퇴사과정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공사업에 대한 참여가 제한된 업체들이 시장 상황을 지켜본 끝에 결국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공공 IT인력들, 그러나 흡수층이 얇다
IT서비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인력을 다른 부서로 재배치했다고 하지만 하나의 산업군이 사실상 없어진 상황에서 기존 인력을 보전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의 경영논리로 비춰볼 때 시장이 아예 없어진 상황에서 기존의 인력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오히려 비상식적이다.
더 큰 문제는 공공 IT분야에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경력직 위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이들의 노하우를 산업계가 흡수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공공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IT서비스업계의 인력이 중견, 중소SW 업체로 일부 흡수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중견 IT서비스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업본부장 급을 제외하고 대리, 과장직급의 이직은 쉽지 않다”며 “공공사업에 진출하는 업체 입장에선 기존 조직 재구성을 통해 사업 타진을 하고 있어 신규 인력 채용규모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이 연봉 및 근무환경, 직원복지 등 다양한 혜택에서 차이가 나는 중소 IT서비스업체로 선뜻 이직하기를 꺼려하는 것도 원할한 IT인력 이동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 애써 키운 공공 IT인력 상실, 결국은 사회적 손실
지난해 공공 IT시장 참여제한이 입법화되자 대기업계열 IT서비스업체들이 이에 반발하는 주요한 근거로 공공 IT전문인력의 손실을 주장했었다. 우려스럽게도 당시의 주장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도 IT서비스 대기업에서 공공 IT사업을 하던 전문인력들이 중소 IT서비스 기업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결국 아예 전직을 하거나 회사내에서 일을 하더라도 공공IT 직무에서 손을 떼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IT업계 전문가들은 공공 부문 IT인력을 흡수하지 못하고 사장시키는 것은 결국 사회적 손실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의 개정으로 대기업의 공공시장 참여가 1차적으로 제한되는데 여기에 유예기간도 주지않고 상호출자기업 참여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공공 IT인력들의 문제가 막다른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결국은 정책의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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