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P램·Re램·STT-M램)의 본격 양산을 앞두고 당분간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신규 증설은 자제하고 미세공정 전환을 통한 원가절감에만 주력한다. 얼마 남지 않은 대부분의 메모리 업체들이 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 전반적인 메모리 공급량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전망이 긍정적으로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메모리 수요는 늘고 있는데 공급량 증가 여력이 제한적이니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까지도 ‘좋은 가격’에 D램과 낸드플래시를 팔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24일 오전 2013년도 1분기 실적발표 직후 이뤄진 컨퍼런스 콜을 통해 “(10나노와 그 이하 공정 도입의) 기술적 한계 문제로 향후 2~3년 내에 차세대 메모리(P램·Re램·STT-M램)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들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투자가 예상되는데, (자금을 모으기 위해) 그 동안은 투자를 보수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증설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D램 등 메모리의 타이트한 수급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올해 신규 증설에 따른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생산량 증가율)는 없다”라며 “공정전환 및 수율 상승으로 인한 생산량 증가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와 STT-M램을, HP와 Re램, IBM과 P램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10나노대 이하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성능(웨이퍼 처리량) 개선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차세대 메모리로의 전환으로 공백을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2Y D램(하반기 개발 완료), 1X 낸드플래시(2분기 개발 완료)로의 미세공정 전환에는 기존 이머전 노광 장비를 활용한 쿼드러플(4번) 패터닝 방식으로 기술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중 패터닝 공정을 활용할 경우 생산성 저하 및 재료비 증가로 미세 공정 전환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가 일부 감소한다는 단점이 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집적도 확대에 따른 ‘용량당 비용’을 낮추기 위해 3D 적층 구조 제품을 선보인다. 회사 측은 “3D 낸드플래시는 현재 개발 중”이라며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쯤에는 시장에서 원하는 사양의 샘플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공급 증가량 제한으로 올해 실적 전망은 매우 밝다. SK하이닉스는 “PC D램 가격은 2분기까지도 오를 여력이 있다고 본다”며 “PC 재료비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의 최대치가 8%였는데, 현재 수준은 5%로 더 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2분기 이후부턴 주요 세트 업체의 신규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모바일 D램 수요 확대로 공급부족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모바일 기기 출시 확대로 수급 상황이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메모리 공급 업체들이 신규 증설을 자제하고 있어 올해는 물론 내년 연말까지도 호황이 예상된다”라며 “그러나 삼성전자와 같은 선두 업체의 ‘공격적 증설 투자’가 이뤄질 경우 메모리 업계의 수익성은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