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에서 셀(Cell) 거래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LCD 셀은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 컬러필터, 액정만이 조합된 상태로 백라이트유닛(BLU)과 디스플레이 구동 드라이버IC 등은 장착되지 않은 일종의 ‘반제품’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패널 업체들이 BLU와 드라이버IC 등을 장착한 모듈 상태의 LCD 패널을 TV 세트 업체에 공급했었다. 하지만 세트 업체들이 원가절감 및 완제품 차별화를 위해 LCD 모듈 조립을 직접 컨트롤하면서 셀 거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12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LCD 시장에서 셀 거래 비중은 과반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1년 LCD 셀 거래 비중은 25%에 불과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0%였던 셀 거래 비중을 올해 8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이 회사는 현재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로 대부분의 패널을 셀 상태로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부터 중국 고객을 대상으로 LCD 셀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작년 상반기부터 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LG디스플레이도 올해 전체 물량의 30%를 셀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의 LCD 셀은 대부분 중국 고객에게 공급된다.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독자적인 모듈 생산 시설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없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의 셀 거래 비중이 삼성디스플레이처럼 급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 BOE와 CSOT도 현지 고객의 요구에 맞춰 올해 셀 거래 비중을 각각 90%와 85%까지 늘린다. 대만 AUO와 이노룩스도 전체 LCD 패널 물량 가운데 절반을 셀 상태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LCD 셀 거래 비중이 늘어나면 평균판매단가(ASP) 축소로 패널 업체들의 매출 하락은 필연적이다. LCD 패널에서 BLU와 드라이버IC 등 모듈이 차지하는 재료비는 30% 수준인데, 그 만큼의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대형 LCD 사업에서 삼성디스플레이보다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이 높은 이유도 셀 거래 비중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TV 세트 업체들이 셀 상태의 LCD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가 절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세트 업체가 직접 모듈을 조립하거나 외주 생산을 맡길 경우 대당 5~10달러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셀 상태는 무게와 부피도 작아 물류비도 5분의 1 수준으로 아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라이트 등 모듈단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능 및 디자인 혁신이 많은데 이를 컨트롤하는 곳이 부품이 아닌 세트 업체가 됐다는 뜻”이라며 “LCD 패널 업체는 사업 구조를 보다 슬림하게 가져갈 수 있지만, ‘커머디티화(상품의 일용품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