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야심차게 만든 차세대 운영체제(OS) 윈도RT가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당장 국내만 하더라도 윈도RT를 채용한 태블릿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당연히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에이서 짐 왕 에이서 최고경영자(CEO)는 아예 대놓고 MS ‘서피스 RT’의 성공 여부를 보고 제품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아티브탭 RT’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MS가 자체적으로 만든 윈도RT 태블릿인 서피스RT도 판매량이 영 시원치 않다. 지난 3월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작년 12월까지 서피스RT의 판매량은 100만대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윈도RT 태블릿은 인텔에서도 공공연하게 깎아내리고 있다. 실제로 3월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KT 빌딩에서 열린 ‘인텔 테크놀로지&이노베이션 투어’를 위해 방한한 인텔 데모팀 관계자는 윈도8을 이용한 다양한 태블릿을 시연하면서 윈도RT 태블릿으로 할 수 없는 작업을 여러 번 강조했다.
아이러니한 광경이다. 아무리 윈텔(인텔+마이크로소프트) 공조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지만 같은 회사의 OS를 두고 서로 상반된 데모를 시연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인텔코리아는 작년 11월 19일 서울 영등포 코트야드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윈도8 디바이스 데이’에서 한국MS와 함께 공동으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윈도8로는 견고하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윈도RT로는 그럴 수 없다는 무언의 시위나 다름없다. 사실 인텔 입장에서도 MS가 대놓고 ARM 계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밀고 있으니 탐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스티브 발머 CEO가 퀄컴 폴 제이콥스 회장과 함께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3 인터내셔널 CES’ 키노트에 깜짝 등장한 것도 이해가 간다. 퀄컴은 전 세계에서 ARM 기반 AP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업체 가운데 하나다. 퀄컴이 MS와 손을 잡고 윈도RT 태블릿을 만들지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이제까지의 결과로만 보면 윈도RT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오히려 전체 윈도의 위기일지 모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PC, 태블릿, 스마트폰을 더한 스마트 기기 OS 시장에서 윈도는 오는 2017년 애플 iOS와 OS X와 비슷한 수준(연간 5억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그만큼 태블릿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MS가 처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OS가 경쟁을 펼치면 나쁠 게 없다. 그만큼 저렴한 가격이 좋은 성능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동안 PC 시장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MS의 모습은 현재 윈도RT가 처한 현실과 무척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