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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안방 호랑이' 삼성, 일본서 확인한 현실은 냉혹

옥송이 기자
지난 5일 찾은 일본 도쿄 애플 신주쿠.
지난 5일 찾은 일본 도쿄 애플 신주쿠.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벚꽃이 흐드러진 올봄, 일본 도쿄서 4일간 머물렀다. 휴가차 방문한지라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꽃놀이에 합류했다. 벚꽃 아래 사진 안 찍긴 아쉬워 현지인들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고, 또 그들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줬다. 몇 차례 반복해보니 아이폰 안 쓰는 사람이 없었다. 말로만 듣던 일본 사람들의 유별난 애플 사랑이 진짠가 싶었다.

본래 일본은 한국 못지않은 '외산의 무덤'으로 불려 왔다. 지국 기업 선호도가 상당해, 외국 기업의 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도쿄 카페 어느 곳이든 2000년대 느낌이 물씬 날 정도로 두꺼운 자국산 노트북을 쓰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봤다. 스마트폰만이 예외였던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3년 도쿄에서 문을 연 애플 긴자는 미국 외 지역에서 처음 문을 연 애플 스토어일 정도. 20년이 넘는 기간, 아이폰은 일본 소비자의 빗장을 차근차근 풀어온 것이다. 이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은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49% 점유율을 차지했다. 전년 대비 3%포인트 하락했음에도 압도적인 1위를 수성했을 정도다.

사실상 일본 '국민 브랜드'가 된 애플의 위상은 다름 아닌 갤럭시 매장과 애플스토어의 현저한 방문객 수 차이에서 실감했다. 비교를 위해 평일 오후, 도쿄 내 애플 신주쿠와 갤럭시 하라주쿠를 연달아 방문해 봤다. 아이폰 16 시리즈와 아이폰 16e를 살피는 방문객으로 바글대는 애플스토어와 달리, 갤럭시 매장은 한산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갤럭시 하라주쿠 전경.
일본 도쿄에 위치한 갤럭시 하라주쿠 전경.

갤럭시 하라주쿠는 지하 1층부터 6층까지 구성됐다. 전세계 해외 갤럭시 쇼케이스 가운데 최대 규모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방문객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나마 한 일본인 부자가 열심히 갤럭시 S25를 살피고 있었다. 풍경이 전부일 수는 없으나, 아버지가 해당 제품 구매를 권하고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툴툴거리는 것으로 보였다. 이후 카운터로 향하는 모습을 뒤로 하고 매장을 빠져나왔다. 왠지 아이폰 대신 갤럭시를 권했을 것만 같아 뒷맛이 씁쓸했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갤럭시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6%. 전년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애플도 삼성도 전년에 비해 점유율이 줄어들었으나, 단 한 곳만은 점유율이 폭증했다. 중국 샤오미다. 지난 2023년만 해도 미집계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6% 점유율을 기록하며 일본 시장에서 비상했다. 애플과 삼성의 하락분을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5일 오후 일본 도쿄 갤럭시 하라주쿠.
5일 오후 일본 도쿄 갤럭시 하라주쿠.

중국 브랜드의 이례적 성장세는 일본의 경기 불황과 중국 특유의 저가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반면 글로벌 톱티어 기업인 애플과 삼성전자 못지않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샤오미 15는 삼성전자의 올해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25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퀄컴 사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채용했다.

AP는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한다. 고도화된 AP를 탑재할수록 인공지능(AI) 능력이 향상되는 이유다. 샤오미로선,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삼성과 동일한 AP를 탑재한 것만으로도 광고 효과를 톡톡히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국내에선 60%대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하는 국민 스마트폰 갤럭시가 옆 나라 일본에선 샤오미와 겨뤄야 하는 현실이다. 일본서 넘을 수 없는 벽이 된 애플에 이은 2인자 자리나마 지키기 위해선, 위기의식을 갖고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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