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산마비 사고, 시장 특수 기대하는 IT업계
- VDI, 망분리, 문서중앙화 등 관련 사업 진행 검토 중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3.20 금융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전방위 보안 점검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IT업계도 이번 사고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를 통해 그동안 국내에 지지부진하던 데스크톱 가상화(VDI), 망분리, 문서중앙화 등 IT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업계는 은연중에 ‘특수’가 나올 수 있을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금융권 확산을 기대했던 데스크톱 가상화 업계의 경우 은행권의 연이은 사업 보류로 침체된 금융권 대상 시장이 다시 한번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망분리는 업무영역과 인터넷영역을 구분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인터넷을 통한 악성코드 유입 및 고객정보 유출 등의 위험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비용적인 이유로 논리적 망분리가 주로 진행됐다.
데스크톱 가상화는 논리적 망분리와 연관 사업으로 그동안 추진돼왔다. 악성코드 감염이 출처가 불분명한 파일의 다운로드 등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개인 PC를 중앙에서 제어하고 자원을 할당하는 데스크톱 가상화는 보안 측면에서 이점이 있는 것으로 각광받아 왔다.
하지만 초기 도입 비용이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실제로 은행권에선 데스크톱 가상화를 일부 개발 영역과 콜센터 관리 등에 적용했지만 전사 확대에 있어선 주저해 왔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이 전사 확대를 타진했지만 보류한 바 있다.
일부 증권 및 생명보험사들이 전사 데스크톱 가상화 적용을 진행하긴 했지만 이는 적용대상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증권 및 생명보험사들이 수천대 규모의 PC를 대상으로 가상화를 도입하는 데 반해 은행권의 경우 기본적으로 만대 이상의 PC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문서 중앙화의 경우 해킹에 의한 데이터 유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VDI와 같이 기업의 중요 데이터를 중앙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개인 PC에 저장해 놓은 데이터가 사라져도 복구가 용이하다.
다만 문서 중앙화의 경우도 기업들을 비롯해 금융권의 확산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문서 중앙화가 진행되면 비즈니스 프로세스관리(BPM)이 추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금융권의 경우 후선업무 프로세스 변화도 수반된다. 사업 규모는 물론이고 크게는 조직의 업무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도입하기 조심스럽다.
하지만 더 이상‘비용’을 문제로 이 같은 기술을 금융권이 외면하긴 힘들어 보인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IT시스템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하기로 하는 등 강력한 보안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미라지웍스 관계자는 “예전에 망분리가 파일럿 형태로 검토됐다면 전산마비 사고 이후 파일럿을 건너뛰고 전사 도입을 타진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이 녹록치 않은 것은 금융당국으로서도 금융사들에게 무조건적인 투자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데스크톱 가상화(VDI), 망분리, 문서중앙화 등 관련 업계에서는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비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VM웨어코리아 관계자는 “VDI가 국내에 소개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 활성화는 되지 못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스토리지 사용 최적화 등 기존 자원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문서 중앙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IT서비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비용 대비 효용성에 대해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지만 컴플라이언스 차원에서 문서 중앙화화에 접근하게 되면 시장 확산이 기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망했다.
비용대비 효과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보안 강화라는 규제(컴플라이언스) 차원에서 금융권이 접근하게 되면 관련 시장 확대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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