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는 왜 홈바를 버렸을까? ‘냉장고 안 냉장고’ 경쟁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최근 냉장고 경쟁은 작년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 동안 최대 용량으로 승부를 벌였다면 올해부터는 특화 기능을 내세우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것이 ‘홈바’이다. 홈바는 홈(Home)과 바(Bar)의 합성어로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도 자주 꺼내먹는 식자재를 보관할 수 있다. 주로 양문형 냉장고에 적용된 기능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푸드쇼케이스’ 냉장고도 홈바의 기능을 확장한 형태다. 이 제품은 한 개의 냉장실을 ‘인케이스’와 ‘쇼케이스’ 두 개의 냉장실로 만들어 수납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케이스 냉장실에는 사용 빈도가 낮고 부피가 큰 식재료를, 쇼케이스 냉장실에는 자주 먹는 음식들을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LG전자 ‘매직 스페이스’와 기본적인 개념부터 사용 방법까지 크게 다르지 않다. 매직 스페이스도 홈바를 새롭게 응용한 것으로 필요에 따라 무빙 바스켓을 통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맥주나 과일전용 냉장고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쇼케이스와 매직 스페이스의 차이점은 크기다. 매직 스페이스가 냉장실 문 위쪽 절반을 여는 형태라면, 쇼케이스는 냉장실 문 전부를 열고 닫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쇼케이스는 매직 스페이스 용량을 늘린 형태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 홈바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면 궁극적으로 두 회사처럼 진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양문형 냉장고를 처음 소개하고 냉동실과 냉장실에 적용한 ‘트윈 홈바’ 및 김치냉장고 최초의 홈바를 장착한 것도 삼성전자다.
다만 홈바의 기술 개발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LG전자는 지난 2009년 디자인경영센터 유선일 전문위원 주도로 매직 스페이스를 개발해 2010년 제품에 적용했다. 삼성전자도 홈바를 개선한 ‘2단 그랑데 홈바’로 맞대응 했지만 개념에 큰 차이를 보였다.
매직 스페이스가 ‘냉장고 안의 냉장고’라면 2단 그랑데 홈바는 기존 홈바를 넓히고 내부에 선반을 달아 추가로 식자재를 보관할 수 있는 형태에 그쳤다. 아이디어 하나로 인해 결국 2009년을 기점으로 홈바의 기술력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홈바를 사용하는 이유는 냉기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냉장고 문을 여닫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따라서 홈바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냉기가 더 많이 빠져나온다. 이론적으로 쇼케이스가 매직 스페이스보다 냉기 손실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2단 그랑데 홈바에 적용했던 ‘쿨링커버’를 개선한 ‘메탈쿨링커버’를 도입했다. 메탈쿨링커버는 작년 출시한 김치냉장고 ‘M9000’에도 적용된바 있다.
범용성 측면에서는 단연 매직 스페이스가 앞선다. 쇼케이스는 푸드쇼케이스 냉장고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메탈쿨링커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원가부담이 크고 냉장고 용량이 커야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와 달리 매직 스페이스는 양문형뿐 아니라 상(上) 냉장, 하(下) 냉동의 프렌치도어, 심지어 일반형 냉장고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매직 스페이스가 처음 적용된 것도 남미에 수출되는 일반형 냉장고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능이었지만 홈바는 냉장고의 제품 차별화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떠올랐다. 해외의 경우 정수기와 제빙기를 더한 디스펜서가 인기라지만 국내에서는 단연 홈바가 우선시된다.
현재의 양문형 냉장고는 프렌치도어 냉장고처럼 가로로 긴 식재로 보관이 어렵다. 다음 세대 냉장고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냉동실에 매직 스페이스나 쇼케이스가 적용될지 모를 일이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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