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일본 D램 업체인 엘피다가 미국 마이크론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마이크론은 이번 인수를 통해 D램 생산 규모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 업체로 부상할 전망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쿄 지방법원은 지난 28일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을 승인했다. 엘피다가 지난해 2월 부채 4400억엔(약 5조2000억원)을 안고 파산 신청을 한 지 약 1년 만이다.
엘피다는 지난해 7월 초 2000억엔을 받고 마이크론에 회사를 매각키로 했다. 엘피다는 매각 대금을 부채를 갚는 데 쓰고 2019년까지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 모바일 D램을 생산해 마이크론으로 공급한다. PC용 D램은 엘피다의 자회사 격인 대만 렉스칩으로 넘기기로 했다. 엘피다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러한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자 서면 동의를 받아왔고, 이를 통해 일본 법원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얻어냈다.
마이크론과 엘피다의 최종 통합은 일본 법원의 회생계획안 승인 확정 및 미국 델라웨어 연방 파산 법원의 승인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미국, 체코,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 독점 금지법을 관할하는 주요 당국에서 인수합병(M&A) 승인을 받아놨다. 마이크론 측은 올 상반기 중 거래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마크 더컨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론은 엘피다 인수를 통해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게 됨은 물론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엘피다를 품는 마이크론은 D램 생산 규모 면에서 2위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의 자료를 보면 마이크론과 엘피다의 D램 생산 규모는 37만장(300mm 웨이퍼 월간 투입 기준) 수준으로 삼성전자(40만장)에는 못 미치지만 SK하이닉스(30만장)보다는 앞선다.
다만 서로 다른 반도체 업체가 만나 시너지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장비, 설계, 인력, 관리 시스템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엘피다가 설계한 모바일 D램을 마이크론 공장에선 찍어내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덩치를 키운 마이크론은 수익성 중심으로 라인을 전환하는 등 기민한 경영 전략을 짤 것으로 관측된다”라고 말했다.
이미 마이크론은 엘피다 인수 이후를 대비해 이탈리아 소재 구형 200mm 웨이퍼 공장을 독일 L파운드리에 매각키로 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