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요즘 생활가전 시장은 프리미엄 바람이 한창이다. 작년 삼성전자가 ‘지펠 T9000’을 선보인 이후 LG전자 ‘디오스 V9100’을 비롯해 300만원이 넘는 냉장고, 김치냉장고가 봇물 터진 듯 출시되고 있다.
세탁기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선보인 ‘버블샷3’의 제품가격은 180~235만원에 달해 100만원대 중반대에 구입 가능한 기존 프리미엄 모델에 비해 확실히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들 제품은 스마트 기능은 기본이고 대용량과 알루미늄, 강화유리 등 디자인에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했다.
유럽발 경제위기와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요 가전 업체가 프리미엄 모델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만큼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본체 아래쪽에 냉동실이 위치한 900리터급 이상 프렌치도어 냉장고는 작년에 여름 이후에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 냉장고 시장에서 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올해는 비중이 두 자릿수로 높아질 전망이다.
주요 가전 업체가 프리미엄 제품이 한 동안 시장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라인업에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예컨대 중급형이나 보급형 모델에도 프리미엄 모델이 조금씩 끼어들고 있는 것. 자동차로 치면 중형에서 중대형 모델이 선보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모델의 판매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중저가 제품을 찾는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고객 가운데서도 프리미엄에 대한 요구가 분명한 만큼 올해는 관련 제품이 대거 선보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현재 우리나라 생활가전 시장은 성장 한계에 부딪친 상황이다. 판매량 자체가 더 이상 늘어나가 어려우니 제품 자체를 고급화해서 공급하자는 것이 가전 업체의 기본적인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냉장고 판매 대수는 99만4000대에서 99만3000대로 거의 차이가 없다. 세탁기나 에어컨도 같은 기간 동안 89만2000대에서 86만5000대, 76만2000대에서 74만8000대로 큰 차이가 없거나 소폭 하향세다.
이와 달리 계절적 영향은 큰 에어컨을 제외하면 냉장고와 세탁기 모두 시장규모가 커졌다. 판매대수는 비슷하거나 줄었는데 오히려 시장규모는 더 늘어났다. 프리미엄 가전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자료다.
일각에서는 프리미엄 가전이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가면 중저가형 모델의 가격이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꼭 필요한 기능만 담겨 있는 제품이 줄어들면 그 피해를 소비자가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제품의 질은 높이면서도 가격은 크게 부담 되지 않는 선에서 프리미엄 가전 트렌드가 이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