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정부 주도 조정, 요금 경쟁 토대 허물어
박근혜 정부가 25일 출범한다. 창조경제로 성장 및 고용창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새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통신시장의 경우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활성화, 데이터 기반 요금제 실현 등이 향후 5년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입비 폐지 등의 정책의 경우 과거 반복돼왔던 인위적인 요금인하 정책의 반복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m-VoIP 활성화 등 망중립성 등 글로벌 트렌드와 공조해야 하는 정책들도 존재한다. 단기 성과를 내려는 정책은 산업에도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디지털데일리>는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통신요금과 관련한 정책의 문제점과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접근전략이 필요한지를 집중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박근혜 정부 통신요금 정책 어떻게?③]
- 매년 통신사·정치권·소비자 논란 반복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통신정책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했다. 이명박 정부는 통신비 20% 인하를 약속했다. 방통위는 공약 실행을 위해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 ▲제4 이동통신 도입 ▲결합상품 활성화 등 다양한 장기적 정책은 운영했다. ▲초당요금제 도입 ▲기본료 1000원 인하 등 정부 주도 요금인하도 병행했다.
이동통신 이용자를 만족시킨 정책은 없었다. 알뜰폰은 시간이 필요하다. 초당요금제, 기본료 인하 등은 통신 가입자 1명당 돌아가는 금액이 얼마 되지 않았다. 제4 이동통신 도입은 무산됐다.
정부의 부적절한 개입과 정치권의 간섭 때문에 요금 경쟁을 할 수 없다는 통신사의 목소리만 높아졌다. 통신사는 다른 산업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매년 정부 주도 요금인하가 있는데 자발적으로 요금을 인하할 이유가 없다. 요금을 먼저 내렸다가 추가 인하까지 하게 되면 당초 요금인하 때 세웠던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보다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계획했던 감소와 계획에 없던 하락은 경영전략 영향이 다르다. 자발적 인하를 하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이 요구하는 요금인하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모르는데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를 무릅쓰고 먼저 요금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라며 “매년 반복되는 인하 요구가 자발적 요금 경쟁을 하지 못하게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3세대(3G) 이동통신에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은 스마트폰 등장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자 KT는 무선랜(WiFi, 와이파이)을 강화했다. 유선 네트워크의 강점을 살린 전략. 한 발 더 나아가 스마트폰 정액제 가입자에게 무선랜을 무료로 제공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SK텔레콤이 꺼낸 카드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다. KT와 LG유플러스는 말도 안되는 요금제라고 비난했지만 곧 따라왔다. 금방 없어질 것이라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현재도 3G용으로 남아있다. 자발적 요금 경쟁이 요금제 신설과 유지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도 3사 네트워크 구축 속도 및 가입자 격차가 생기며 정액제 세부 내용은 다르다. KT는 KT 가입자간 무료 통화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같은 월정액 요금을 내는 타 통신사보다 데이터 용량을 더 준다. 여러 대의 단말기로 스마트폰 계약 데이터를 나눠쓰는 셰어링 요금제도 3사가 다 다르다. 이런 다양성을 지키고 경쟁을 유도하려면 외부 개입은 적절지 않다.
최근 문제가 되는 가입비는 SK텔레콤 3만9600원 KT 2만4000원 LG유플러스 3만원이다. LG유플러스는 KT보다 많지만 재가입자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 3사 점유율과 가입비 격차가 비슷하다. 더구나 SK텔레콤은 요금 인가 사업자라 회사 마음대로 가입비를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다. 요금제 하나만 바꾸려 해도 정부와 의논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편 정부가 굳이 가계통신비 인하에 직접 나서려면 통신사 등 업계에 압력을 행사하기보다는 세제혜택 등으로 개입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가계통신비가 생활필수항목이 된 만큼 연말정산 등을 통해 일부 세금을 돌려주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요금인가체 자체도 손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 3사 요금 결정 체제를 완전 자율화 해 자유 경쟁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후 3사 요금 결정 과정이 우려된다면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감시하면 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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