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 항소심 판결은 제1심 판결에 비해 유투브에 불리한 판결이나, 유투브가 패소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판결이다.
항소법원은 제1심 법원이 더 심리할 내용에 대해 언급했을 뿐이지 유투브가 책임이 있다 책임이 없다는 결론은 내리지 않았기에, 최종적인 승패는 다시 제1심 법원의 결정을 기다려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항소심 판결에서는 그동한 논란이 많았던 많은 쟁점에 대해 정리했는데, 그 중 특히 중요한 쟁점 3가지에 대해만 설명하려고 한다.
첫 번째 쟁점은, OSP가 면책되지 않기 위해서는 즉 OSP가 이용자들의 불법저작물에 대해 기여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불법저작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식을 하는지이다.
OSP가 기여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불법저작물에 대해 실제적으로 인식하고 있거나(actual knowledge) 또는 추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constructive knowledge, red flag knowledge, 여기서 red flag는 해적 깃발을 생각하면 됨).
실제적 인식은 OSP가 직접 불법저작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저작권자가 불법저작물이 인터넷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notice)에도 발생한다. 이러한 인식은 OSP의 주관적 인식의 성질을 가지며, 특정 불법저작물에 대한 인식이지 일반적으로 불법저작물이 있다는 인식인 것은 아니다.
이에 반해 추정적 인식은 여러 가지 노골적인 정황상 OSP가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불법저작물의 삭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은 OSP의 객관적 인식의 성질을 가지며, 실제적 인식과 같이 일반적으로 불법저작물이 있다는 인식이 아니라 특정 불법저작물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
위 2가지 인식 외에, 제2항소법원은 새로운 형태의 인식을 덧붙였는데, 그게 바로 의도적 외면(willful blindness)이다. 즉 유투브사가 불법저작물에 대한 책임있는 인식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적 노력을 다하지 못했다면 유투브사도 법적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제2항소법원이 DMCA 법규정에 없는 보통법상의 의도적 외면 이론을 도입함으로써, 결국 OSP의 면책 범위가 줄어들게 됐다.
항소심 법원에 따르면, 만일 유투브가 실제적 인식과 추정적 인식이 없더라도 의도적 외면(willful blindness)을 한 정황이 있다면 바이어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부담하므로 이에 대한 심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OSP가 간접책임 중 대위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침해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능력이 있고, 나아가 불법저작물로 인해 그로 인해 직접적으로 재정적 이익을 얻어야 하는데, 이때 OSP가 위 통제와 이익에 관해 특정한 인식이 아니라 일반적인 인식을 하고 있더라도 법적 책임을 지는지이다.
제1심 법원은 특정한 인식만으로 OSP가 법적 책임을 진다고 판시했으나, 제2항소법원은 특정한 인식에 적용된다고 볼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태도 역시 대체로 OSP의 면책 범위가 줄어들게 한다. 다만 이러한 제2항소법원의 판시는 2011년 UMG Recordings v. Veoh 사건에서 제9항소법원이 특정한 인식에 적용된다는 판시와 모순되는 문제점을 야기했다.
한편 항소심 법원에 따르면, 만일 유투브가 통제 및 이익에 관해 일반적 인식이 있었다면 바이어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부담하므로 이에 대한 심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쟁점은, 유투브가 버라이존(Verizon) 통신사에게 일부 영상에 대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바(syndication이라고 함), 만일 유투브가 일부 영상을 수동으로 골라 버라이존에게 제공했다면 면책 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는데, 유투브가 실제 그렇게 했는지 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소심 판결의 의미
앞에서 언급한 대로, 제2항소법원의 판시는 승패나 결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제1심 법원이 좀 더 심리할 내용을 지적했던 것이어서, 아직 두 회사의 운명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기존의 판례보다 OSP의 면책요건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앞으로 OSP가 신경써야 할 것들에 대해 충분히 지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그러나 의도적 외면이나 일반적 인식 등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과연 이것이 어떠한 의미인지에 대해는 좀 더 연구를 해 보아야 한다는 한계도 같이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제1심 법원과 학자들에게 숙제를 던져준 셈이다.
여기까지가 바이어컴 vs. 유튜브 사건의 쟁점인 셈이다. 관련해 마지막으로 저작권자와 OSP 사이의 법적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결론을 내려볼까 한다. ◆콘텐츠 기업과 OSP 기업의 균형적인 발전이 필요
최근의 미국의 저작권 환경을 살펴보면, 저작권자에게 매우 유리하고 또한 강경한 SOPA(Stop Online Piracy Act) 법안, PIPA(Protect Intellectual Property Act) 법안의 출현 및 국회통과로 OSP의 면책 범위는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 가운데, 지난해 1월에는 미 법무부가 전격적으로 메가업로드(megaupload) 사이트를 폐쇄함으로써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저작권자의 권리 침해가 극에 달했고 콘텐츠 기업의 인내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실들이다.
창작욕구의 고양 및 문화발전 실현을 위해 저작권의 권리는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SOPA, PIPA, 메가업로드 사이트 폐쇄는 타당성이 있지만, 이러한 법안과 조치가 OSP의 면책 범위를 줄이고 OSP 사이트를 폐쇄해 버리면 저작권의 권리 보호가 저절로 실현된다는 의식에서 발현된 것이라면, 이는 근시안적인 안목이라 생각한다.
OSP 기업의 인터넷 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 및 콘텐츠 기업과의 상생 관계를 고려하면, 이러한 편향된 시각보다는 저작권자의 권리보호와 인터넷 산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포획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OSP에 대한 전반적 규제 강화보다는 개별 콘텐츠 보호에 대한 우선적 투자,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하며 명확한 OSP 면책 범위의 설정이 콘텐츠 기업과 OSP 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있을 바이어컴 vs. 유튜브 사건의 최종 결론에서도 이러한 시각이 반영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