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 셋째, 만일 전기통신사업법상에서 허용되고 있는 수사기관의 포털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 요청이 ‘포털의 비협조’ 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면, 같은 기능의 유사 조문 이용의 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같은 기능의 유사 조문이 바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6’이다.
“제44조의6(이용자 정보의 제공청구) ① 특정한 이용자에 의한 정보의 게재나 유통으로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권리를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는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기 위해 침해사실을 소명해 제44조의10에 따른 명예훼손 분쟁조정부에 해당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보유하고 있는 해당 이용자의 정보(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기 위한 성명·주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최소한의 정보를 말한다)를 제공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② 명예훼손 분쟁조정부는 제1항에 따른 청구를 받으면 해당 이용자와 연락할 수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그 이용자의 의견을 들어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위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6 조문에 따르면, 명예훼손 등의 피해자는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를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명예훼손분쟁조정부에 가해자의 정보 제공을 요구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명예훼손분쟁조정부는 포털 등으로부터 가해자의 정보를 제공받아 피해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명예훼손 등이 있을 경우, 수사기관의 포털 등에 대한 가해자의 개인정보 요구가 포털 등의 비협조로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수사와 공소를 유지해야 하는 수사기관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6에 의해 개인정보를 받아오라고 피해자에게 안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피해자의 고소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명예훼손분쟁조정부의 명예훼손 등의 판단에 있어서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제일 큰 문제는 포털이 ‘회피연아 고법판결’을 근거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명예훼손분쟁조정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을 거절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6 조문 형식상, 일차적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명예훼손분쟁조정부의 명예훼손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포털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현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조문 형식에서도, 일차적으로 수사기관이 명예훼손 성립 여부를 판단한 다음에 포털에 요구하는 것이기에 비록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6’과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현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의 조문의 형식이 다르더라도, 포털 입장에서는 명예훼손 성립의 심사 부담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넷째, 공공기관의 수사기관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의 근거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에 열거돼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②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제5호부터 제9호까지의 경우는 공공기관의 경우로 한정한다.
1.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3.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4.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5.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아니하면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서 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경우 6. 조약, 그 밖의 국제협정의 이행을 위해 외국정부 또는 국제기구에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7.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8.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9. 형(刑) 및 감호, 보호처분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의 공공기관에 대한 개인정보 요구도 그 양이 포털에 대한 개인정보 요구만큼 빈번하고, 실제로는 포털보다 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물론 조문상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수사기관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을 거절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한 공공기관은 거의 없다고 한다.
더군다나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현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은 ‘요청에 따를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어 포털의 수사기관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 의무 조항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게 서울고등법원의 입장인 바, 위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역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라고 돼 있어, 이를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의무 조항으로 해석하기 곤란하다.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과 동일한 분쟁이 예상되고, 서울고등법원의 같은 재판부가 재판을 한다면 공공기관 역시 정보주체에 대해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할 수도 있다.
나아가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은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만 제공할 수 있다고 돼 있는바, 법문상에도 공공기관의 심사 의무를 부여하는듯해 오히려 법문에 심사의무를 부여하지 않은 전기통신사업법보다 더 공공기관에 불리하게 규정돼 있다.
결론적으로,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분쟁의 씨앗은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현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보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회피연아 고법판결’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포털에 대한 집단소송을 준비한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의 헌법적 고뇌와 그 결과로 나온 인권적 판결의 가치는 높이 사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명예훼손 피해자 구제의 어려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관행에 미칠 파장, 수사기관이나 법원 부담의 급증(연 약 100만 건 이상의 영장청구와 영장발부) 등의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음을 각인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