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일본 전자업계의 불황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소니를 비롯해 파나소닉, 샤프 등의 올해 실적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실제로 파나소닉의 경우 올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도 7650억엔의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화로 약 1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니는 같은 기간 동안 한화로 약 2500억원의 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TV와 소비자가전에서 매출액이 당초보다 2.9% 줄었지만 CMOS 이미지센서(CIS)와 같은 부품 산업에서 선방했다.
소니 CIS 사업은 그룹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4월 취임한 히라이 가즈오 최고경영자(CEO)가 소니를 디지털이미징, 게임, 모바일 마켓 등 3가지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로 발표했을 만큼 중요성이 무척 커졌다. 말 그대로 소니그룹 전체의 한 축을 담당하는 셈이다.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0년 CIS와 CCD 생산 확대를 위해 12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올해 6월에는 2013년 9월까지 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적극적인 투자는 결실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CIS 시장은 37억65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소니는 작년에 이어 계속해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미 작년 매출은 10억 달러를 넘었고 스마트 기기용 CIS를 적극적으로 공급해 시장점유율을 27.7%로 끌어올렸다. 생산량도 11월 기준으로 월 4000만개에 달한다.
소니 전체에서 CIS가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되어 작년 시스템 반도체, 이미지센서(CCD 포함), 레이저 다이오드 비중이 각각 42%, 55%, 3%였다면, 올해는 시스템 반도체 비중이 32%, 이미지센서는 66%로 나타났다. 올해 소니가 25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CIS가 빠질 수 없는 이유다.
재미있는 부분은 소니 CIS 사업이 강화되면서 부품과 완제품 사이의 역학관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특정 부품의 개발을 요구했다면, 이제는 부품이 먼저 나오고 관련 제품이 출시되는 식이다.
앞으로 소니 CIS 사업은 더욱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니가 전 세계를 선도하는 몇 되지 않는 사업인데다가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을 이용한 적층 CIS에 이르기까지 후발 주자와의 기술 격차도 상당하다.
현재 삼성전자, 애플, 니콘 등이 소니 CIS를 사용하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각 업체의 디지털이미징 제품이 어떤 형태로 출시되느냐는 소니 CIS가 어떻게 개발되느냐에 달렸다고 봐도 된다. 소니 CIS 사업을 주목해서 살펴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