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기획] 18대 대선의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 IT업계도 숨죽인 관전
[기획/ 18대 대선과 IT산업] ① 경제민주화와 IT산업
18대 대선(大選)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IT산업계도 숨죽이며 후보들의 선거전을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국민대통합, 정권교체, 경제민주화 등 각 후보들이 내건 거대 담론이 4000만명이 넘는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의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TV토론을 통해, 유세를 통해, 각종 쇄신안을 통해 구체적인 각론은 아니었지만 총론에서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각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IT부문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다. 여의치 않지만 유력 대선 후보들의 IT정책과 비전을 차분하게 짚어보는 시간이 크게 부족했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디지털데일리>는 18대 대선을 앞두고 IT측면에서 바라본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 그리고 박근혜와 문재인 두 유력 후보 진영의 IT부문 정책을 사안별로 분석해본다. 아울러 양 진영에 속한 IT전문가들의 면면도 살펴본다. <편집자>
‘경제민주화’… IT업계에 어떤 영향?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 진영이 사활을 걸고 있는 화두가 ‘경제 민주화’이다. 기존의 시장 구조와 질서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자성에서 출발한 담론이 바로 경제민주화이다.
경제민주화는 며칠을 두고 토론을 벌여도 쉽게 결론을 내기 힘든 매운 어려운 주제다. 대기업의 순환출자, 출자총액제한 등 물리적 제어 수단을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차이, 방향성이 정해진다하더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 추를 인위적으로 맞추게 될 경우 나타나게 될 부작용은 없는지, 또 성장과 규제의 기준은 어디에 맞출 것인지 등 건드려야 할 민감한 선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지금까지 제시된 경제민주화에 대한 양강의 해법은 그 진영의 이념 만큼이나 간격이 넓다. 해석의 차이는 결국 정책의 차이를 낳기 마련이고 이는 연쇄 과정을 거쳐 IT산업의 미래와 직결된다.
따라서 격렬하게 맞붙고 있는 박근혜 후보(새누리당)과 문재인 후보(민주통합당)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IT산업계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지켜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욕구 분출 = 국내 IT업계에서 경제민주화 이슈가 직접적으로 표면화된 것은 올해 초 부터다. 시기적으로 4.11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고,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정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마침 MB 정부도 ‘사상 최대’의 수식어를 달아가면서 성장만하고 고용에는 관심이 없는 대기업들의 행태에 적지않은 불만을 여과없이 나타낸 시점이었다. 이에 대기업들은 또 다시 상생(相生) 전략을 앞세워 여론의 예봉을 피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제도화, 구조화되지 않는 상생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기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IT업계에서 주목받았던 것이 다름아닌 ‘소프트웨어(SW)산업 진흥법’ 개정안이다. 이 법은 64개 상호 출자기업 대기업들의 공공부문 IT사업 진출을 내년부터 금지하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가 공전되면서 통과되지 않고 몇차례 보류됐던 이 법안은 마침내 18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지난 5월에 통과됐다.
당시 대기업 계열 IT업체들은 패닉에 빠졌다. 공공사업 부문에서의 사업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을법한‘반시장적 조치’라는 반발이 적지않게 터져나왔다.
반면 중견 및 중소 IT기업들은 정책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이 정책을 환영했다. “물론 이 법안이 또 다른 ‘철밥통’을 생성하는 부작용을 낳고 스스로의 성장을 거부하는 모럴 헤저드가 나타날 우려가 있겠지만 한번쯤은 이러한 충격 요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대기업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되고 있는 우리 나라의 IT산업 생태계를 시급하게 수술대에 올려야할 시점이고, 또한 중소기업의 희생을 강요하는 고질적인 대기업 중심의 하도급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한다는 점에선 IT업계 전반적으로 이견이 없다.
그리고 그 수단은 이제 경제민주화라는 틀안에서 보다 합리적인 각론들이 제시돼야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IT업계의 요구는 이미 분출됐다고 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욕구 분출, IT업계도 예외없다 = 국내 IT서비스 빅3인 삼성SDS, LG CNS, SK C&C는 내년 경영전략의 핵심을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잡았다. 물론 ‘글로벌 시장 공략’은 몇해전부터 이들 회사들이 계속 사용해왔던 경영전략의 핵심 키워드였지만 회사내 분위기는 과거와는 사뭇다르다. 비장함이 느껴진다.
과거에는 글로벌 시장 공략이 매출 증대, 신사업 확장 등 양적 개념에서 보았다면 지금은 생존의 문제로 보다 절박하게 분위기가 바뀌었다. 3사마다 내부 사정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총 매출의 50% 까지는 해외시장에서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고, 실제로 그에 맞게 조직을 변화시키고 있다. 물론 이렇게된 데는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과 같은 구체적인 수단이 시장에 제시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이와 관련 주지하다시피 박근혜 후보측은 ‘하도급법 개정’ 등 기존의 시장 질서를 강화하고 투명화하는 데 방점을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기업들의 경영활동에 방해가 안되는 선에서 시장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문재인 후보측은 경제민주화를 위해 대기업의 단계적 순환출자 금지 등 물리적 수단까지 언급한 만큼 필요하다면 제도적으로 보다 강력한 툴을 제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다만 어느 후보가 되더라도 그룹 내부 거래 등 기존에 비판받던 IT 대기업들의 일부 관행들에 대해서는 메스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IT산업의 ‘경제민주화’, 속도와 깊이 = 경제민주화에 대한 필요성은 대부분의 경제 주체들이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어느 수준까지 정책으로써 제시할 것인가, 또한 어떤 강도로 정책을 실행에 옮길 것인가는 많은 이견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지난 5월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의 국회 통과 직전, IT대기업들은 법이 가지는 부작용을 논리적으로 제시했다.
이를테면 공공 IT사업에서 대기업들이 일시에 발을 뺏을 때 공공IT사업의 노하우와 전문 IT인력들의 이탈을 우려되고, IT품질의 저하및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자정부 수출이 곤란해 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같은 우려는 크게 과장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법 통과 이후 공공부문 IT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감리방안이 매우 중요한 현안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국방 등 대기업의 IT 노하우에 당장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몇몇 부문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대기업의 참여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경제민주화를 구현하는데는 보다 치밀한 각론이 마련돼야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양면성을 갖기 마련이다. 긍정보다 부정적 효과가 강하다면 규제가 될 것이고, 그 반대면 개혁이 될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규제’로 볼 것인가 아니면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도구’로 볼 것인가는 누가 대권을 잡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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