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낸드플래시 업계의 증설 경쟁이 지속되고 있으나 수요는 이에 못 미쳐 공급과잉→가격하락→업계 실적악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낸드플래시 수요 둔화는 유럽발 재정위기 등 거시경제 불안으로 소비자들이 완제품 구입을 꺼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최대 수요처인 스마트폰 업계가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히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본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신규 공장을 짓거나 이미 지어져 있는 공장에서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엘피다를 인수한 마이크론의 경우 추가 투자 여력이 없어 생산량 확대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나머지 3개 업체가 공격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어 경제 불안이 계속된다면 추가적인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가동한 화성 낸드플래시 16라인에서 생산량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 16라인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지난 1분기 월 4만장(300mm 웨이퍼 투입 기준) 수준이었으나 최근 10만장으로 확대됐다. 16라인의 최대 생산량은 20만장 수준으로 아직 증설 여력이 10만장이나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49만3000장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중국 에 낸드플래시 공장(10만장 규모)을 짓겠다고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
도시바도 지난해 가동한 팹5에서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 공장의 최대 생산량은 23만5000장으로 도시바는 현재 4만장 수준인 팹5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연내 7만장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말 기준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43만장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청주 M12 신규 낸드플래시+D램 라인을 가동하는 한편 기존 낸드플래시 전용 라인인 M11의 생산량도 소폭이나마 확대했다. 올 연말까지 현재 14만장 수준인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16~18만장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증설 계획이 잡혀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엘피다 인수로 투자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16만5000장이다. 따라서 4분기에는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을 누르고 낸드플래시 3위 업체로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작년 대비 20만장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거시 경제 불안으로 세트 업체들의 수요는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경제 불안이 계속된다면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이로 인해 업계의 증설 계획도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6월 하순 주력 낸드플래시 제품(64GB 8G×8 MLC)의 고정거래가격은 3.84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름 전과 비교해 4.95%나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이 제품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10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됐으니 폭락했다는 표현이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