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과 겨뤄야 하는 숙명…알티베이스 경쟁력의 비결은?
[국내 SW를 주도하는 핵심, R&D를 이끄는 사람들] ⑦알티베이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나 운영체제(OS)와 같은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일반 패키지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똑같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코드를 작성하는 일이지만, 그 복잡도나 중요도 면에서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국내외에서 많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도 DBMS나 OS를 만드는 기업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알티베이스는 관심을 기울일만하다. 십여 년 전부터 세계적인 DBMS를 만들겠다는 다소 허황돼 보이는 꿈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이 회사는 메모리 기반 DBMS 분야에서 오라클에 뒤지지 않을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오라클과 IBM, MS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나 하는 DBMS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알티베이스 연구소의 최재남 개발본부장과 심광훈 품질관리 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알티베이스 CTO를 역임한 김성진 대표도 배석했다.
- DBMS라는 특수한 영역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
심광훈 : 대학원에서 DB를 전공했다. 바다 DBMS를 가지고 논문을 쓰고 졸업했다. 알티베이스에는 2001년 상반기에 결합했는데, 창립한 지 1년 6개월 만에 들어온 것이다. 그 당시 알티베이스는 ETRI로부터 이관 받은 DBMS 소스코드를 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ETRI DBMS는 학술적으로는 의미가 있었을 지 몰라도 현실에서 쓰기 어려운 것이었다. 거의 대부분 다시 만들어졌다.
최재남 : 저는 알티베이스 첫 고객이었다. 전 직장의 로그인 시스템이 외산 인메모리 DBMS로 돼 있었는데 그 회사가 망해서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국내에서 DB를 개발하는 회사를 발견했고, 반가운 마음에 BMT에 포함시켰다. 알티베이스 기반으로 시스템을 개발하다가 흥미가 생겨서 입사까지 하게 됐다.
-DBMS 개발은 다른 일반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과 다를 것 같다. 어떤가?
심광훈 : 다른 소프트웨어보다 품질 및 안정성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높다. 예를 들어 업무 중에 워드프로세서가 오작동했다고 회사 업무 자체가 중단되거나 국가적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DBMS가 오작동 하면 사고가 크게 터진다. 안정성에 대한 요구 수준이 다른 소프트웨어에 비해 높다.
- 그렇게 중요한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면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심광훈 : 쉽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엄청나게 크게 문제 된 적이 있다. 국내 한 통신사 빌링 시스템에 처음 알티베이스를 공급한 적이 있다. 그 때 우리는 테이블 하나에 레코드 카운트가 1000만 건 이상이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메모리에 이 정도 대용량 데이터를 담는다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상상에 없던 데이터가 현실에 등장한 것이다.
최재남 : 근로복지공단 차세대 시스템에 알티베이스를 공급했다. 그런데 막상 시스템을 오픈하고 나서 생각보다 성능이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어느 부분이 병목인지 조회할 수 있어서 수정할 수 있었다.
이런 문제는 제품과 서비스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서비스는 개발해서 오픈하면 결과를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제품은 고객을 만나기 전까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년 전에 개발한 제품이 2년 후에 첫 고객을 만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 DB는 오라클이나 IBM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운 분야다. 이들은 세계적인 인재들을 훨씬 더 많이 투입해서 만드는 데 경쟁이 가능한가?
심광훈 : 중국에서 모 사가 DBMS 개발했는데, 우리 개발인력보다 몇 배 많은 인력을 투입했다. 중국 정부는 이 회사에 적극 투자하고 공공분야에서 의무적으로 그 제품을 사용하도록 했다. 아마 지금까지는 아니지만 이 중국 업체도 나중에 경쟁자가 될 것이다.
사실 오라클이나 DB2는 현재 우리가 감히 경쟁자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회사들이다. 하지만 이 제품들도 초창기에 많은 문제 있었고, 기능적으로 부족했다. 점차 고객을 확보하면서 오랫동안 발전시켜서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이다. 후발주자로서 똑 같은 조건으로는 우리가 이기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하나.
최재남 : 최근에 정부가 IT인력 육성을 위해 대학원에 학비를 대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과연 학교에 투자하고 학생에게 장학금 준다고 IT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될까. 우리 같은 회사가 잘 돼서 SW 기업으로 성공하고, 그 기업에서 좋은 대우 받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심광훈 : 의학 대학원, 법한 대학원 아무리 비싸도 줄을 서서 간다. 국가에서 돈을 대줘서 가는 것 아니다. 성공 가능성이 보이면 빚을 내서라도 간다. IT산업이 잘 되면 학비지원 안 해줘도 된다.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라는 정부지원 연구과제가 있다. 여기에 우리회사가 선정돼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게 조금만 더 빨리 진행됐다면 우리와 같은, 우리보다 더 좋은 회사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 정부가 지원하면 오라클, IBM을 이길 수 있나.
최재남 : 그들을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경쟁은 현재 알티베이스 제품이다. 이것보다 몇 배 더 좋은 제품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다만 하이브리드 DB는 세계적으로 없다. 우리가 그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다.
심광훈 : 동일한 잣대로 대 놓고 봤을 때도 우리의 강점이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오라클의
기능이 100% 대체 되지는 않지만,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 모든 사람이 대형 세단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또 모든 사람이 스포츠카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강점과 약점이 있다.
- 알티베이스 연구소만의 특징이 있다면?
최재남 : 업계 최고의 자율 출퇴근제를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원할 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출근이 어렵다면 늦게 나와서 늦게 퇴근하면 된다. 오래 일하기 보다는 집중해서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린 야근도 없고, 월화수목금금금도 없다.
심광훈 : 어느 날 6시 10분이 돼서 둘러보니까 연구소 직원 70% 이상이 퇴근했더라.
최재남 :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몸도 건강해야 하고 정신도 건강해야 한다. 자기 일에 집중해서 일하고, 여가 시간에 다른 것을 해서 피로를 풀어야 한다.
심광훈 : 개발 인프라 및 프로세스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예를 들어 테스팅할 수 있는 각종 툴을 다 보유하고 있고, 13년 동안 쌓인 테스팅 슈트도 있다.
김성진 : 우리도 처음에는 야근 많이 했다. 밤 늦게라도 고객 사이트에 문제가 생기면 불려나가는 일이 흔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고, 제품이 안정화 되는 시점 오니까 야근할 일이 없어졌다. 버그도 급속도로 줄고 평온한 상태가 왔다. 문제를 일이키는 버그가 일주일에 하나 나올까말까 한다.
제품 설계부터 릴리즈까지 모든 검증 단계가 다 프로세스로 정립돼 있다. 한 70~80 단계가 될 것이다 테스트 케이스 수만 개다. CTO 시절 외국 연구소나 ETRI 같은 국책 연구소를 가봐도 알티베이스만큼 개발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 없었다. 국내 유수의 전자업체나 소프트웨어 회사보다 낫다고 자부한다. 누가 가르쳐줘서 된 것이 아니고 모든 조직에 경험이 쌓여서 나온 것이다.
최재남 : 다른 회사에서 오신 분들은 충격 받는다. 이런 게 있구나 놀란다.
심광훈 : 경력으로 입사한 사람들은 요주의 인물들이다. 적응을 못해서 테스트를 불완전 하게 하거나 형상 관리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익숙해 져서 그렇게 하지만 외부에서는 그렇게 안 하니까 충격 받는다..
- 그런 프로세스를 구축하게 된 배경은?
최재남 : 앞에서 얘기했든 DBMS는 워낙 중요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품질과 성능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어디든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이 문제를 테스트 케이스로 만들어 기업의 지적자산으로 쌓는 것이 중요하다.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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