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가 중국에 낸드플래시 신규 공장을 설립한다. 공급과잉시기에 이 같은 증설 발표는 1위 수성을 넘어 도시바 등 경쟁사를 멀찌감치 따돌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삼성전자는 중국에 반도체 생산 라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지식경제부에 해외 생산라인 설립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지방 정부와 건설 예정지 선정을 위한 협상도 시작한다. 정부 승인 절차와 중국과의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2012년 건설을 시작해 2013년에는 공장을 가동시키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에서 20나노급 이하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전동수 삼성전자 DS사업총괄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빠른 기간 내에 공장을 가동해 글로벌 IT업체의 수요 증가에 차질 없이 대응해 나가는 한편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도시바와 마이크론, 하이닉스 등 낸드플래시 분야의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치킨게임에 돌입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월 생산량은 43만5000장(300mm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41만5000장인 일본 도시바를 소폭 앞서는 수준이며 마이크론(13만장)과 하이닉스(11만장)가 그 뒤를 따른다.
삼성전자와 도시바는 올해 중반기 각각 화성 16라인과 미에현 요카이치 팹5 낸드플래시 공장을 신축, 본격적으로 가동에 돌입한 바 있다.
양사 신축 낸드플래시 공장의 램핑업(점진적 생산량 증대) 속도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삼성전자의 중국 낸드플래시 공장이 가동되는 내후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점유율 격차가 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10만장 이상의 생산 여력을 가진 공장이 신축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공격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반도체 미세 공정 기술 수준이 경쟁사 대비 상당히 앞서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화성 16라인 시범 가동 때부터 21나노 낸드플래시 양산에 업계 최초로 성공했다.
미세 공정 기술 수준이 높으면 웨이퍼 한 장에서 뽑아내는 반도체의 양이 많아진다. 그 만큼 원가경쟁력이 높아져 물량 경쟁을 펼치기가 용이하다. 자신은 이익을 보지만 상대방은 적자를 내는 이른바 ‘골든 프라이스 전략’을 펼칠 수 있다. D램 사업은 이미 삼성전자만 흑자를 내는 시대가 왔다.
다만 중국에 낸드플래시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예전부터 낸드플래시 공장이 설립되길 바란 것으로 안다”며 “기술 유출이 없도록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