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부는 크지만... 갈길 먼 ‘기능성게임’ 축제
‘KSF 2011 경기기능성게임페스티벌’이 6일 성남시청에서 개막식을 갖고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습니다. 이 행사는 경기도와 성남시가 주최하고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과 성남산업진흥재단이 주관합니다.
개막 인사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유관기관 및 단체와 협력해 게임 업체들의 기능성 콘텐츠 개발을 적극 지원해 대한민국을 세계 게임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앞으로 성남시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게임산업의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해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포부만 큽니다. 경기도와 성남시가 세계 게임산업의 중심지로, 국내 최대 게임산업의 클러스터로 거듭나려면 쉬지 않고 채찍질을 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는 지난해 KSF2010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기에, 내심 기대를 안고 축제 현장을 찾았습니다. 전시 현장을 둘러보니 실망감이 밀려오는 것은 왜 일까요.
‘기능성게임’ 축제인데, 기능성게임이 눈에 띄질 않습니다. 지난해 참신했던 콘텐츠는 다 어디로 갔는지 없네요.
기능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면 게임이라 보기 힘들고, 게임에 해당하면 기능성이 있다고 보기 힘든 애매한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그래서 스마트콘텐츠/교육관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요.
한 부스에 모니터와 피규어를 두고 전시돼 있어, 관계자에게 어떤 기능성게임이냐고 물어봤습니다. 기능성게임은 아니라고 합니다. 스마트콘텐츠도 아니라네요. 그냥 콘텐츠로 볼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해당 부스는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는 모니터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로봇 피규어를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스포츠/공공관으로 들어가니 행사가 시작돼 오후 4시를 넘겼는데도 부스 하나가 텅 비어있기에,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게임 전시 안하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주최 측에서 참석을 요청했는데, 기능성게임이 없어서 출품을 보류했다”며 “그럼 그쪽에서 스마트콘텐츠로 들어가면 된다기에 게임 2종을 넣은 아이패드 2대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텅 비어있는 부스를 보니 주최 측이나 참가업체나 행사에 무신경하다는 것이 대번에 드러납니다. 그래도 주말에는 부스가 채워져 있겠죠.
스포츠/공공관에는 이외에 업소용 아케이드게임과 게임엔진(게임제작도구) 등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업소용 아케이드게임은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스포츠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게임엔진 회사는 어디로 분류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이처럼 소속과 분류가 애매한 콘텐츠가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행사를 주관하는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의 이영아 차장은 “융복합이 심화되고 있어 게임이나 e북 앱북 등 콘텐츠의 경계를 나누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행사장에 있는 기업들은 기능성게임에 해당된다고 출품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행사에는 150개 업체가 참가해 250종의 콘텐츠를 출품했습니다. 글쎄요. 250종의 콘텐츠가 모두 기능성게임이라고 보기는 힘든데요. 앞으로 기능성게임 축제라고 내세우려면, 콘텐츠 가운데 기능성게임은 몇 종이라고 표시를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래도 올해 행사가 기자를 끝까지 실망시키지는 않습니다. 행사장을 둘러보다 제대로 된 기능성게임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보물을 찾은 기분인데요. 빅트론의 미아우토크(Meowtalk)입니다.
이 게임은 초등학생을 겨냥해 만든 경제 기능성게임입니다. 고양이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경제활동을 하네요. 그런데 게임을 들여다보니 아예 그림체가 미국풍입니다. 아예 미국 현지화도 돼있습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미국 업체와 계약돼 현지 론칭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론칭은 예정에 없는데요. 이는 국내 업체들과 얘기를 했으나 게임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익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도 미국으로 가라고 재촉했다고 하네요. 아쉽습니다.
이런 게임들이 전시가 돼야 기능성게임축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올해 행사는 기능성게임축제라고 하기에 아쉬운 느낌이 너무도 큽니다.
가뭄에 콩 나듯 하는 국내 기능성게임을 두고 매년 기능성게임축제를 열기에는 주최 측도 한계를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에는 해외 기능성게임으로 행사장을 메워야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네요.
행사 개최도 중요하지만, 기능성게임 콘텐츠 확보가 먼저라고 생각되는데요. 기능성게임 개발사 육성도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한 정부 지원사업도 보다 통이 커졌으면 하네요.
안 그래도 드문드문 나오는 토종 기능성게임이 미국이나 해외로 바로 빠져버리면, 게임담당 기자로서 가슴이 아픕니다.
[이대호 기자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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