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엘리슨은 언제나 최악의 기조연설자다(Larry Ellison (is) the worst keynote speaker ever)”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오라클 오픈월드 개막 기조연설 직후 트위터에 누군가가 남긴 메시지다.
IT분석기관 오범의 카터 러셔(Carter Lusher) 수석 애널리스트도 래리 앨리슨 회장의 기조연설이 끝난 후 “앨리슨 회장은 흥미로운 고객의 경험을 뒷받침할 비전을 전달할 기회를 놓쳤다”고 평했다.
앨리슨 회장의 기조연설이 어땠길래 이런 악평이 쏟아지는 것일까.
오라클처럼 전 세계 IT업계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연단에 올라서면, 청중들은 일반적으로 IT산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오라클은 이런 흐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등 거대담론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날 래리 앨리슨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라클 제품의 특성과 성능, 기능을 설명하는 데만 주력했다.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이 모인 오라클 오픈월드 2011의 개막 기조연설에서 기술용어와 숫자가 난무하는 지루한 설명을 듣게 되면 다소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반면 오픈월드 2011에 참석한 조 투치 EMC 회장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둘째 날 스폰서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그는 “IT는 이제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이 아니라 ‘격변에 빠진 산업(Industry in Transition(I.T.)의 약자다”고 말했다.
최근 IT 업계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이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으로 10년 동안 IT산업이 44배 성장할 것이지만 관련 인력은 50%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조 투치 회장은 구체적인 EMC의 제품과 전략 설명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무대를 내려갔다.
조 투치 회장의 연설은 글로벌 기업의 CEO다운 것이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 데이터로 인해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음을 천명한 후, EMC가 이 분야에 잘 해나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글로벌 IT산업을 호령하는 두 CEO의 연설은 이처럼 달랐다. 누구의 연설이 더 좋은 연설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앨리슨 회장은 기조연설이 지루하고,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었지만, 오라클 제품의 성능이 좋다는 사실을 청중의 뇌리에 심었다.
조 투치 회장은 흥미로운 화두를 꺼냈고 IT산업의 발전 방향을 역설했지만, 그의 연설을 듣고 EMC 제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