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 7월부터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앱뿐만 아니라 앱 사용 중 일어나는 유료결제의 경우에도 반드시 애플을 통해서만 결제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한 바 있습니다. 기존에는 앱스토어의 앱 판매 수익의 30%를 받았지만, 이제는 앱 내부를 통해 벌어지는 거래의 30%를 세금으로 받겠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정책이 애플의 수익성에는 크게 도움이 될 지는 모르지만 콘텐츠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입니다.
예를 들어 전자책을 5000원에 판다면 이 중 1666원을 애플에 주고, 나머지 3334원을 출판사, 저자, 전자책 유통사 등이 나눠가지게 됩니다. 애플에 세금을 내지 않던 시절에도 이들 모두 어려웠었는데, 30%를 애플에 주고 나면 더욱 영세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면 앱스토어 유통가격을 더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경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이용자가 상대적 차별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내 인터넷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서 애플에 정책 조정을 요구한다고 해도 애플이 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애플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만 예외로 할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만약 한국에서만 예외를 둔 다면 전 세계 콘텐츠 사업자들이 모두 예외로 해 달라고 아우성일 것입니다.
국내 인터넷 업계의 이 같은 행보는 실질적으로 애플의 정책 변화를 기대한다기 보다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취지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럼 애플의 세금폭탄을 피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세계의 유명 콘텐츠 사업자들이 이 세금을 피해가고 있습니다.
현재로서 가장 효과적인 앱스토어 탈세(?) 방법은 웹입니다.
미국 월마트 산하의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부두(VUDU)는 9일(현지시각) 아이패드 이용자들이 웹을 통해 비디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부두는 직접적으로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지만, 애플의 세금을 피하기 위한 전략임은 분명합니다. 부두는 지난 2008년부터 앱스토어에서 무료 부두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웹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시작한 후 앱스토어에 있는 부두 애플리케이션은 삭제됐습니다.
이 같은 전략은 부두만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가 이미 웹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미국 아마존도 킨들의 내용을 읽을 수 있는 킨들 클라우드 리더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애플이 30%라는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라고 큰 소리 칠 수 있는 이유는 플랫폼 지배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애플에 세금을 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애플의 플랫폼을 탈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웹은 가장 현실적인 탈출구가 될 것입니다. 웹 플랫폼에는 주인이 없어 세금을 걷는 이도 없습니다.
국내 업체들도 애플의 정책변화를 기대하는 것보다 플랫폼 탈출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