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못이 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라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에 유럽연합(EU)이 애플의 손을 들었다. 애플이 삼성전자 태블릿PC에 제기한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이 독일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본 소송의 승패를 떠나 당장 삼성전자의 모바일 단말기 사업에 악재는 분명하다. 이미지 손실도 걱정된다.
애플은 혁신으로 세계 시장에 우뚝 선 회사다. 아이튠즈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혁신은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바꿔놓았다. 이런 혁신에 사용자도 열광했다. 그러나 지금 애플의 모습은 혁신보다는 현재 우위에 의존한 기득권 사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허소송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기술 우위 시대 제품 판매 및 마케팅뿐만 아니라 특허를 가지고 싸우는 것은 이미 흔한 일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 사의 본거지인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6개국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소송은 삼성전자도 모르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소명의 기회도 제공되지 않았다. 기업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편의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처리했을까. 애플의 이런 태도는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에 피해를 주고 있다.
독일 법원의 판결 배경도 의구심이 든다. 소비자나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 사안도 아닌데 판매금지를 받아들인 것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한다.
삼성전자의 성장과 맞물려 유럽 전자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필립스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 유럽 대표기업들이 주력 업종을 바꾸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까지 ▲액정표시장치(LCD)TV ▲LCD 모니터 ▲복합기 ▲블루레이 플레이어 ▲홈씨어터 ▲양문형 냉장고 ▲전자레인지 ▲냉장고 ▲휴대폰 ▲스마트폰 ▲태블릿 ▲디지털카메라 ▲로봇청소기 등 생활가전과 모바일 기기 등 세탁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전자 제품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인식에 타격을 줘 견제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보는 것은 비약일까. EU와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직후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기업 간의 전쟁은 국가 간의 전쟁으로 번진지 오래다. 각국의 정책과 외교는 자국 산업 진흥이 목표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은 한국과 미국의 외교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도 중요하다. 칼날은 언제 다른 곳으로 겨눠질지 모른다. 총력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