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하이닉스가 당초 계획되어 있던 하반기 투자를 축소·보류하기로 했다.
18일 관련 업계와 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는 올 하반기 예정됐던 연구개발(R&D) 프로젝트와 신규 장비 도입 및 교체 계획을 내년 이후로 미뤘다.
하이닉스는 이 같은 사실을 일부 협력 업체에 통보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협력 업체 관계자는 “장비 입고와 관련해 내년 이후로 미루자는 요청을 받았다”며 “보류라고 얘기했지만 사실상 재발주가 언제 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이닉스로부터 현재 진행하고 있는 R&D 프로젝트를 급히 마무리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7월 혹은 다음달 중으로 청주 공장에 파견 나가 있는 프로젝트 팀을 회사로 불러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투자 축소 및 보류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반기 꼭 필요한 투자건에 대해서는 선별해서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초 계획 대비 투자가 큰 폭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는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채권단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SK텔레콤과 STX가 이달 중 실사를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지출을 최대한으로 줄여 회계장부상 재무건전성·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하이닉스의 이 같은 투자 보류를 반도체 업종이 본격적인 하향 사이클로 접어든 것이라고 해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데에서 올해 꼭 매각을 하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에 앞서 반도체 시황 악화 및 이에 따른 실적 부진이 투자 축소의 주요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 및 증권가에 따르면 하이닉스의 2분기 D램 전체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 초반대로 추정되고 있다. 주력인 44나노 공정의 D램 제품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원가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달 초 주력 D램(DDR1 1Gb) 가격은 0.84달러로 2009년 이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D램 가격의 극적인 상승 없이 가격 하락이 이어진다면 3분기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가격마저 하락하면 전사 적자 가능성도 점쳐진다.
증권사들도 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감소한 1040억원으로 추정되며 실적 저점을 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