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모델 더 팔리는 스마트폰…보급형 만들까말까 제조사 ‘고심’
- 요금할인 형태 단말 보조금 차등 지급 원인…사용자 선택권 축소 ‘우려’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비쌀수록 잘 팔리는 명품시장의 규칙이 휴대폰 시장에도 파고들면서 휴대폰 제조사의 고민이 늘고 있다.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위주로 전환되면서 출고가가 낮은 보급형 제품보다 출고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이 많은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 휴대폰 시장의 신 풍속도다. 상반기 국내 시장에 팔린 휴대폰 10대 중 1대는 ‘갤럭시S2’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하반기 국내 시장에 내놓으려고 했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계획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백지화 하고 기존 프리미엄폰의 출고가를 내리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추세다.
하반기 삼성전자는 보급형 출시 계획을 접었다. 대신 ‘갤럭시S’와 ‘갤럭시U’ 등을 연말까지 공급키로 했다. LG전자는 8월 내놓을 계획이었던 ‘옵티머스원’의 후속작의 사양과 출시 시기 재검토에 들어갔다. 팬택은 연초 5~6종으로 잡았던 하반기 신제품을 3~4종으로 변경했다.
휴대폰 시장은 전통적으로 제조사의 기술과 디자인이 집약된 프리미엄과 가격을 내린 보급형으로 양분돼왔다. 수익성은 프리미엄이 높지만 판매량은 보급형이 많아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다르다. 보급형이 점유율과 수익 모두 기여가 적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제조사는 통신요금 구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요금제와 연동된 통신사 보조금 차등으로 보급형 제품이 보급형 본연의 의미를 잃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구매자가 월 3만5000원에 공짜인 제품보다 월 5만5000원에 조금 돈을 더 내더라도 프리미엄 제품을 사는 상황”라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존 프리미엄 제품 생산을 지속하며 단가를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라며 현 스마트폰 요금제에서는 보급형 제품이 설 땅이 없다고 평가했다.
통신사들은 스마트폰 정액요금제를 출시하며 단말기 보조금을 줄이고 대신 요금할인을 해주고 있다. 단말 보조금이 아니라 요금 할인이기 때문에 요금제를 바꾸면 통신사와 해당 단말기를 쓰고 있어도 남은 비용은 고스란히 사용자가 물어야 한다. 사용자는 초기 구매비용이 적기 때문에 고가 단말기를 선택한다.
일면 프리미엄 제품의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제조사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판매가 신통치 않을 경우 위험 부담이 크다. 모토로라(현 모토로라모빌리티)의 경우 ‘레이저폰’의 히트로 세계 휴대폰 점유율 2위까지 올라섰지만 후속 제품이 부진하면서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통신사 관계자는 “월 5만5000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가 많아지면서 쏠림 현상도 심해졌다”라며 “요금할인 방식으로 바꾼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마케팅 비용 규제가 원인이기는 하나 고가 단말기를 통해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요금할인 등 보조금이 고가 단말기쪽에 더 들어가는 것은 해외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급형 제품 부진은 장기적으로 사용자의 피해로 돌아올 전망이다. 고가 단말기 위주로 신제품이 나오면 사용자도 비싼 제품을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최근 일반폰 선택 폭이 좁아진 것이 그 사례다.
제조사 관계자는 “통신사 요금제와 요금할인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국내용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를 줄일 수밖에 없다”라며 “결국 국내에서는 고가 단말기만 살 수 밖에 없어 사용자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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