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엘피다가 25나노 공정의 D램을 7월부터 양산한다는 소식에 삼성전자는 “제대로 양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대응은 그간 엘피다의 행보를 고려하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업계도 증권가도 엘피다의 발표 내용이 자금 조달을 위해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은 다르다. 인텔과 엘피다를 같은 수준으로 보면 곤란하다. 기업 규모나 제품 혁신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다. 인텔이 입체 설계 기술(3D 트라이게이트)을 활용해 22나노 공정의 프로세서를 하반기부터 양산하겠다고 발표하자 삼성전자는 “두고 봐야 안다”며 엘피다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반도체 입체 설계 기술은 삼성전자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PC 사업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가 인텔의 기술 로드맵 발표를 놓고 “두고 봐야 안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은 넌센스다. LG전자를 상대로 기술을 말로 때운다고 비난했던 삼성전자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비메모리 분야에서 인텔의 양산 경쟁력은 삼성전자보다 2년은 앞서있다. 삼성전자는 이제 막 32나노 공정으로 양산을 하고 있는데 인텔은 22나노로 한 세대를 앞서가고 있다. 소재 혁신으로 따져 봐도 인텔은 지난 2007년 45나노 공정에서 하이K 메탈게이트라는 신소재를 절연체로 사용했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에서야 모바일AP에 이를 처음 적용했다.
인텔은 계획을 밝히고 이 계획대로 개발을 이뤄내고 있다. 2002년 3D 트라이게이트 기술 이론을 발표할 당시 인텔은 22나노에선 이 기술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10년 앞을 내다봤던 것이다. 인텔은 이번 3D 트라이게이트 기술 이론을 통해 2013년 14나노 2015년 10나노의 프로세서를 개발하겠다는 중기 로드맵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계획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은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자신 있다던 메모리 분야에서 황의 법칙을 폐기했고 이후로는 공정 로드맵을 밝히지 않는 삼성전자다. 상대를 정확하게 봐야 공식 반응과 대응도 정확하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