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CEO 한 사람 새로 왔다고 큰 회사가 하루아침에 좋아진다고 기대하는 분들 있다면 이 자리에 잘못 온 겁니다. 항공모함이 돛단배 처럼 빨리 방향을 바꿀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난해 10월 새롭게 LG전자의 수장을 맡게 된 구본준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구본준 부회장은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조업의 기본을 되살리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실기로 지난해 3분기 전사 적자를 기록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 부회장은 취임 이후 인사 조치 및 조직 통폐합 등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하고 스피드, 강한 실행력 등을 강조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그러나 “CEO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실적이 좋아질 수는 없다”며 “실적 개선은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대표로 취임한 지)석 달이 됐지만 아직까지 (회사 구석구석을)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제조업을 하던 회사의 경쟁력은 연구개발(R&D)과 생산, 품질에서 나오는 것이 일반적 상식인데 우리는 그러한 기본이 무너진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전임 CEO가 마케팅 회사를 지향해 그 부분에선 발전된 점이 분명 있지만 나는 제조업의 기본 경쟁력에 집중하는 사람이다”며 “기본이 무너진 것이 안타까운데 이걸 어떻게 일으켜 세울 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자 수렁에 빠진 휴대폰 사업과 관련해선 “회복하는 데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 사업은 B2B 사업이기 때문에 회복하려면 다른 사업보다 더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며 “경쟁사를 따돌리기 위해서는 값이 싸거나 성능이 매우 높아야 하는데, 앞으로 더 고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2~3년 뒤를 대비해서 열심히, 독하게 개발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옛날 LG전자는 진짜 강하고 독하게 실행도 했는데 그 부분도 많이 무너졌고 이것은 품질 하락으로 연결됐다”며 “다소 무르다고 생각되는 조직에 ‘독한 DNA’를 심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일찍 준비하고 강하고 독하게 실행하고 스마트하게 일하자는 의미에서 올해 슬로건을 패스트, 스트롱 앤 스마트((Fast, Strong & Smart)라고 정했다”고 강조했다.
외부 인사 영입과 관련해선 “LG전자를 잘 아는 사람들은 LG전자 직원”이라며 “2~3년간 외부 인사 영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 부회장은 “우리 직원들에게 비전을 줘야 하는데 외부에서 사람 다 끌어오면 어떻게 비전을 줄 수 있냐”며 “외부 컨설팅도 새로운 사업 할 때는 해야겠지만 이미 하고 있는 사업에선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선 ‘인수는 없다’고 확고하게 못을 박았다. 구 부회장은 “협력해서 같이 할 일은 있겠지만 인수를 고려할 만큼 시너지 효과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LG전자만 보고 정신없이 뛰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하이닉스 인수에 전혀 관심 없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홈어플라이언스(HA)는 김쌍수 옛 부회장께서 본부장할 때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해서 지금은 기술적으로 세계 톱 수준이 되어 있다”며 “현재 LG전자가 세계에서 5등 내지 6등이라 하더라도 열심히 준비하고 몇 년간 독한 DNA를 잘 만들고 열심히 하면 2등 내지 3등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내가 물러난 이후에도 CEO 한 명 바뀌었다 해서 근간이 흐트러지지 않는 그런 단단한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