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우리가 태국에서 저작권 단속할 자격이 있을까?

심재석 기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오늘 다소 부끄러운 보도자료를 하나 받았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이보경)이 보낸 ‘한국저작권위원회, 태국 경찰의 불법저작물 시장조사에 최초 참여’라는 자료입니다.

내용은 저작권 위원회 동남아 방콕 사무소가 태국의 경찰과 세관, 인터폴 등과 함께 합동시장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입니다. 이 조사를 통해 불법복제 CD, DVD 등 다량의 불법저작물이 방콕과 태국 국경지역에서 발견됐고, 태국 경찰을 통해 이를 압수했다고 합니다.

이 자료를 보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콘텐츠를 불법으로 사용했다고 타박할 자격이 있을까요?

아마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영화, 음악, 소프트웨어, 책 등 대부분의 콘텐츠를 우리는 불법으로 이용해 왔습니다. 특히 외국 콘텐츠의 경우 죄책감도 거의 없었습니다.

아마 현재 국내 음악시장을 호령하는 뮤지션들도 과거에는 다 ‘빽판’을 듣고 음악적 감수성을 키웠을 것입니다. ‘빽판’을 추억처럼 얘기하죠.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부끄러워 하는 사람은 단 한번도 본 적 없습니다.

대학에서는 원서를 복사해 공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원서는 너무 비싸니까요.

소트 프트웨어 불법 복제율은 여전히 40%를 넘습니다.

지금도 웹하드에는 불법복제된 영화들이 수없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가끔 언론에서 영화가 웹하드에 불법으로 유출됐다며 걱정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는 100% 국내 영화산업에 대한 걱정일 뿐입니다. 한반도, 전우치, 용서는 없다 등 많은 영화가 불법으로 인터넷에 유출됐다는 기사는 본 적이 있지만, 외국 영화의 유출을 걱정하는 보도는 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막연한 애국심 때문인지 국내 음악이나 영화는 정품을 구매하려고 노력했지만, 외국의 콘텐츠를 불법으로 이용할 때는 죄책감이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고백하자면, 최근 여름휴가를 떠나면서도 비행기에서 보려고 미드를 불법으로 다운받았습니다.

이런 우리가 다른 나라에게 왜 우리 콘텐츠를 불법으로 보냐고 단속을 한다니요.

우리나라도 점점 저작권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한국드라마는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있기 있는 드라마가 됐고,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스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의 권리를 지키려면 먼저 ‘자격’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아직은 우리에겐 외국에 저작권을 운운할 자격이 없어 보입니다. 왠지 태국 사람들에게 미안해집니다.

아래는 보도자료 전문입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 이보경) 동남아 방콕사무소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지난 8월 15일부터 8월31일까지 태국의 경찰과 세관, 인터폴 등과 함께 합동시장조사를 실시하였다.

□ 동남아지역 한국저작물의 불법유통실태 파악을 위해 실시된 이번 합동시장조사는 동남아 최대 도시 중 하나인 방콕과 불법저작물 주요 밀반입 거점인 태국-캄보디아 국경인근 시장 등을 중심으로 실시되었다.

□ 이번 합동시장조사를 통해 불법복제 CD, DVD 등 다량의 불법저작물이 방콕과 태국 국경지역에서 발견되었고 태국 경찰을 통해 이를 압수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되었으나, 이번 조사의 초점이 유통경로 파악에 있었던 만큼 불법유통 CD, DVD 들의 구체적인 압수 수량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 위원회는 이번 시장조사를 통해 파악된 불법유통 저작물에 대해서 태국 경찰과 세관 및 인터폴 등에 불법저작물의 유통경로 차단 및 단속 등을 더욱 강화하여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 이에 앞서 지난 7월 8일에는 태국 방콕에서 동남아지역 저작권관련 정부기관, 경찰 및 동남아 주재 선진각국 저작권 담당기관들로 동남아 IPR 보호협의체 구성을 위한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 동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동남아지역 저작권 침해의 심각성 및 보호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추후 분기별 1회의 정기모임과 필요시 임시모임을 갖고 동남아지역에서 저작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위한 각국의 노력과 활동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 향후 위원회는 동남아지역 불법 저작물 차단 및 합법저작물 유통시장 확대를 위하여 앞으로 침해 모니터링 활동 및 구제조치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심재석 기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