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것이 있다. 중국에서의 나비 한 마리의 날개짓이 미국에 허리케인을 만들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이다. 원래는 기상 이론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작은 차이가 결과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뜻으로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영화 제목으로도 사용돼 일반인들도 대부분 잘 알고 있는 단어다.
1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을 연간 매출의 22% 안쪽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마케팅 비용 과다 사용으로 적절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한 이행 여부는 분기마다 검증한다. 어길 시에는 직접적인 제재는 하지 못하지만 규제산업이라는 특성을 적절히 이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케팅 비용을 줄여 투자를 늘리고 요금을 내린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별 기업의 마케팅 비용을 국가가 통제한다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또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 축소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 것인가를 고려한 결정인지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통신사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의 소지가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방통위는 3사의 합의가 아닌 행정지도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주 업계 등 비슷한 사유로 처벌을 받은 선례가 있다. 또 마케팅 비용 관리 등 경영에 대한 감시는 국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가 하는 일이다.
두 번째 문제도 다방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가 그렇고 판매점이 그렇다. 결국 무선 인터넷 생태계에 물려있는 대부분이 문제를 삼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에 통신사가 중심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상관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스마트폰 판매에 필요한 비용이 전가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판매점이 받을 수 있는 수수료도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와 요금을 우선시하는 방통위의 정책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통신사만이 아닌 산업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방통위는 7월말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한 결과를 점검해 재조정 계획을 잡고 있다. 추가적인 단말기 보조금 규제도 만들고 있다. 재조정 과정과 추가 규제는 방통위의 결정이 미칠 수 있는 ‘나비효과’에 대한 고민과 의견수렴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