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통신사 마케팅비 제한…휴대폰 업계 ‘강력 반발’

윤상호 기자
- 제조사에 보조금 전가 방지책 마련 ‘촉구’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사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유무선 분야를 분리해 각각 매출액의 22%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통신사들은 무선 부문에서만 올해 8100억원 가량의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결국 휴대폰 제조사의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통신사 감소분, 국내 휴대폰 제조사 부담 늘릴 것=13일 방통위는 유무선 분리 각각 매출액 대비 22% 제한을 골자로 하는 통신사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이번 결정으로 통신사들은 1조원 정도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무선의 경우 8100억원 정도가 축소될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해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통신사 투자를 늘리기 위해 휴대폰 제조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당치 않다는 주장이다. 통신사 마케팅비를 제한하려면 이를 전가시키지 못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대로라면 무선 마케팅 비용 축소분을 휴대폰 제조사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와 출고가 상승이 불가피해 결국 사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휴대폰 유통은 통신사가 독점하고 있다. 제조사는 통신사에게 휴대폰을 판매하고 통신사가 이를 사용자에게 재판매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와 제조사가 각각 보조금을 집행해 판매 활성화를 유도한다. 국내 제조사들은 평균 30만원~40만원의 비용을 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해외 업체는 이보다 훨씬 적거나 애플처럼 아예 내지 않는 곳도 있다.

◆국내 업체, 해외 업체 ‘역차별’ 불만 토로=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가입자 유치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통신사가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면 나머지 비용은 국내 제조사가 감당할 수 밖에 없다”라며 “통신사 마케팅비를 제한하려면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함께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통신사가 휴대폰을 파는 상황에서 비용을 요구하면 거부할 수 있는 제조사가 몇이나 있겠는가”라며 “지금도 국내 제조사와 해외 제조사의 비용 분담에 차등이 있는데 국내 업체의 부담만 높이는 꼴”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도 “본 뜻은 나쁘다 할 수는 없지만 결국 국내 제조사를 죽이는 정책”이라며 “업계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라고 꼬집었다.

◆통신사 마케팅비 전가 움직임 시작…방통위, 규제 ‘난색’=이에 대해 통신사들도 이미 국내 제조사에 휴대폰 마케팅 비용 분담액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인정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가입자 확보 경쟁이 본격화 되는 상황에서 비용 관리를 위해 출고가 인하 또는 제조사 장려금 인상 등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번 조치와 별도로 추가적인 휴대폰 보조금 상한선 규제를 만들고 있어 여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에도 휴대폰 제조사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 규제내용은 이달 중 발표된다.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이창희 과장은 “휴대폰 제조사를 고려는 하지만 방통위의 직접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쉽지 않다”라며 “마케팅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 등은 법령에 근거가 없어 방통위가 통신사를 규제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기자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