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IT 핫 이슈 진단⑦] 하이닉스 증설, 지분매각 처리될까
하이닉스반도체 문제가 반도체 업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19일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부터다.
과거 참여정부하에서 논의됐었던 하이닉스 처리의 방향성이 이명박 정부에서 상당부분 선회되거나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정치적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 매각 문제와 이천공장 증설 문제는 특히 새 정권 아래서 전환기를 맞이할 가능이 높고 올해 반도체업계의 이슈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하이닉스 매각과 관련해서는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실해 보이지만, 막상 문제를 꺼내놓고 보면 아직 뚜렷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새 주인 찾기’빨라질까=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이 알려지면서 하이닉스의 소위 ‘새 주인 찾기’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일부가 민영화되고 하이닉스 지분이 은행으로 넘겨지면,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 매각 선택의 폭이 보다 넓어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하이닉스 주주관리협의회는 ▲가격이 낮으면 팔지 않는다 ▲전략적 투자자에게 일괄 매각한다 ▲국내 업체를 우선으로 한다는 세 가지 원칙에 기반을 두고, 올해 말까지 적극적으로 매각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재 국내에는 마땅한 업체가 없다’는 결론만 보다 뚜렷해졌을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민영화되면 매각대상자가 해외자본이나 해외업체로 확대돼 매각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면서 “매각대상자는 해외자본이 될 수도 있고,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회를 찾고 있는 대만이나 중국 업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전략적 투자자 인수’=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러나 “민영화가 이뤄져도 단기간에 정부 입김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산은은 지분만 갖고 있지 매각을 주도하는 입장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산업자본이 인수하거나 포스코처럼 지분을 다수가 나눠 갖는 형태의 운영체계 등 다양한 처리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하이닉스 내부에서는 론스타와 같이 차익을 노린 해외자본의 인수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략적 투자자가 인수하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의 지분 매각은 비용 및 투자부담, 수익 불확실성, 기술 유출문제 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확실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 것이란 평가다.
“하이닉스 매각 문제는 빨리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올 한 해 동안 이 문제는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천공장 증설 문제로 새 국면 맞아= 환경부가 최근 이천공장 증설을 불허한다는 전제 아래 이천공장 구리공정 전환을 허용했다. 하이닉스 증설의 불씨를 남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새 정부가 들어서면 증설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돼 하이닉스 문제와 관련된 논란의 불길이 번질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명박 당선자가 수도권 규제 완화 및 하이닉스 증설 문제에서 사실상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가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던 수질환경보전법과 동법 시행령 그리고 관련 고시개정안 등에도 수정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증설이 현실화되면,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유리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증설’은 하이닉스 입장에서 올해 꼭 처리할 만큼 다급한 사안도 아니고, 최근 반도체 불황으로 여유자금이 없어 당장 증설에 착수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자금 문제 등으로 당장 증설하기는 어려울듯=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천 구리공정 전환이 허용됐고, 청주 신규 라인, 중국 라인 등 생산규모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2~3년 정도 여유를 갖고 증설을 추진하더라도 당장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하이닉스가 M11 투자를 축소하고, M10과 C2 라인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면서 “전환사채를 통해 마련된 자금도 M10과 C2 라인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전환사채를 발행해 투자자금을 마련한 것은 최근 불황으로 하이닉스가 투자 여유자금이 없음을 뜻한다”며 “증설을 허용해도 당장 착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각에서 이천공장 증설 쪽으로 방향 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하이닉스가 언제쯤 생산시설을 증설하게 될 지는 올 한해 반도체 업계의 또 다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선태규 기자>tks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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