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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배달앱 상생협의체’는 완벽히 실패했다

왕진화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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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끝내 완벽히 실패해 버리고 말았다. 반쪽짜리 성공에 그친 줄 알았던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이중가격제 시행과 포장 수수료 부과 등으로 소비자 앞에서 그 반쪽마저 완벽히 실패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해 7월,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가 한자리에 앉아 상생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상생협의체가 마련됐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 출범식을 개최하면서, 합리적인 입점업체 부담 완화 방안을 도출하고자 했다.

그러나 같은해 11월 열린 상생협의체 제12차 회의에선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무단 퇴장했다. 업체 거래액 기준 2~7.8%의 차등수수료 상생방안을 3년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에 반기를 든 것이다. 배달플랫폼이 내놓은 상생안은 매출 상위 35% 프랜차이즈에 배달비 인상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영세업체가 매출이 낮을수록 부담은 크게 줄어들었던 만큼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측에서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래서 당시엔 반쪽짜리 성공이란 말이 나왔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었다.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는 이때라도 충분히 각 업체 입장을 수렴할 수 있었지만 지지부진하다는 여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힘 있게 협의체를 끌고 나가지 못했다.

상생협의체에 참여했던 배달플랫폼들은 현재 모두 상생안을 시행 중이다. 그것을 진짜 ‘상생’이라고 보는 이들은 어디 있을까.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 소비자들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배달플랫폼은 포장 수수료 부과, 배달방식 수정 등 중개수수료율을 제외한 다양한 수단으로 입점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입점업체들도 보란 듯 이중가격제를 시행하며 전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 모습이다. 그간 배달 수수료 부담이 경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혀 왔고,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결국 정부가 상생협의체를 통해 궁극적으로 원했던 배달비 부담 완화는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꼴이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이중가격제와 포장 수수료 부과 등으로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입점업체들의 노력은 서울시와도 닿았다. 서울시는 지난 25일 땡겨요 운영사인 신한은행,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18개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와 상생협약을 맺었다. 소비자에게 최대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한 관계자는 시의 이러한 정책에 대해 “배달앱 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만큼 계속해서 소비자에게 최대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이 진행돼야 눈길을 받을텐데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지가 미지수”라며 “결국 이 역시 점주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수순으로 갈 수 있어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치킨 프랜차이즈와의 선도 협약을 시작으로 다른 외식업종까지 가격제를 확대해 공공배달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고, 민간 중심의 상생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의 말처럼 배달플랫폼 자체는 입점업체들에겐 부담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또한, 이는 결코 서울시에서만 나서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치킨 3만원 시대가 오기 전, 정부가 이야기의 장을 다시 한 번 마련할 타이밍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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