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고비의 13일’…SKT, 신규가입자 모집 중단 등 유심확보 ‘사활’ (종합)

강소현 기자
SK텔레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SK T타워에서 미디어브리핑을 열었다. 유영상 CEO가 관련 임원들과 사과하는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김희섭 PR센터장,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센터장, 유영상 CEO, 임봉호 MNO사업부장. [ⓒSKT]
SK텔레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SK T타워에서 미디어브리핑을 열었다. 유영상 CEO가 관련 임원들과 사과하는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김희섭 PR센터장,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센터장, 유영상 CEO, 임봉호 MNO사업부장. [ⓒSKT]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통신 사상 초유의 보안사고를 겪은 SK텔레콤이 파격적인 대응책을 내놨다. 신규가입자 모집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당장 유심 무상교체를 위한 재고도 부족한 가운데, 오는 14일~15일 쯤에서야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디지털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도 실시한다. 또 번호이동에 따른 위약금 면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매일 일일브리핑을 통해 추가적인 조치 현황을 공유한다. 부실한 후속조치가 사회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 같은 대대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 새로 발표된 추가조치는?…“5일부터 신규가입 및 번호이동 중단”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SK T타워에서 미디어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공유했다.

지난달 19일 SK텔레콤에선 음성인증장비(HSS)가 해킹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HSS는 음성 서비스를 위한 가입자 인증 시스템인데, 해킹 과정에서 고객의 유심(USIM) 관련 정보 역시 일부 유출된 정황이 발견되어 가입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이날 발표된 주요 조치사항들을 살펴보면, SK텔레콤은 늦어도 오는 5일부터 신규 가입 및 번호이동 모집을 중단한다. 도매는 제외되며, 이 기간 소매에서 발생한 매장 영업 손실에 대해서는 SK텔레콤이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유심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빨리 유심을 교체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유심과 관련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모든 T월드 매장은 신규 고객 상담을 중단하고 내방 고객의 유심 교체 업무에만 집중한다.

유 사장은 ”유통망 2600개 중 350개는 자회사를 통한 직영이고, 그 외 대다수가 대리점”이라며 “신규 사업 중단으로 큰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협의를 통해 피해 보상 대책까지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신규가입자 모집 중단을 소매로 한정한 배경에 대해 “판매점은 SK텔레콤과 직접 계약을 맺고 있지 않는데다, 대리점보다 훨씬 영세한 소상공인들이기에 영업을 중단하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이에 판매점에 대해선 중단을 못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 유심 수급 14~15일 예상…“보안 이중막, 안심해달라”

28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T월드 매장 앞에 유심 재고 소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전국 T월드 매장에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T월드 매장 앞에 유심 재고 소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전국 T월드 매장에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유심보호서비스’ 일괄 가입을 추진한다. 당장 이날(2일)부터 모든 고객은 순차적으로 유심보호서비스에 자동 가입된다.

SK텔레콤에 따르면, 현재 전체 고객 중 1442만명이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 나머지 약850만명 고객에 대해서는 오는 14일까지 시스템 용량에 따라 하루 최대 120만명씩, 순차적으로 자동 가입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디지털에 취약한 75세 이상 어르신 및 장애인 고객을 우선 가입시킬 예정이다. SK텔레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업체와도 자동 가입을 협의할 계획이다.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유심을 택배 배송할 수 없냐는 질의에 유 사장은 “택배로 보내더라도 결국은 고객센터나 유통망을 통한 인증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매장에 와서 교체하시는 분들을 상대하기에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심 재고 확보에도 나선다. 5월과 6월 각각 500만장씩, 총 1000만장의 유심을 순차적으로 확보해 공급하고 7월 이후에도 추가 확보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유심 제조사와 생산 확대 및 공급 일정 단축을 위한 핫라인(Hot-line)을 구축하고, 주요 유심 제조사 경영층과는 정기적인 대면 미팅도 시행할 계획이다. 글로벌 칩셋 제조사에도 공급 일정 단축을 위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확보된 유심은 주말이나 휴일에도 즉시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유심 500만장은 오는 14일~15일 전후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전까진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남아있는 유심은 해외로 출국하는 고객들에 우선 지급될 예정이다. 로밍을 하는 경우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 로밍 고객들도 이용 가능한 ‘유심보호서비스2.0’도 준비를 거쳐 오는 14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유심보호서비스2.0은 온라인ᆞ모바일 T월드 또는 고객센터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이미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는 별도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용된다.

유 사장은 “빠르게 주문했음에도 불구, 배송기간이 있다보니 최대 15일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후에는 유심이 부족한 상황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리며, 이 기간만 양해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또 고객의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거듭 요청하면서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와 함께 비정상 인증 시도 차단(FDS)을 통해 보안 이중막을 쳐두고 있다”라며 “유심 교체가 늦어지고 있지만, 고객의 정보는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으니 충분히 안심하셔도 된다”라고 강조했다.

◆ 위약금 면제 여부는…“종합적 검토 중”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SK T타워에서 열린 미디어브리핑에서 고객 보호 추가 조치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SKT]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SK T타워에서 열린 미디어브리핑에서 고객 보호 추가 조치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SKT]

이날 관심은 ‘위약금 면제’ 여부에 집중됐다. 앞서 국회에서 이번 사고로 번호이동을 희망하는 모든 고객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선 과기정통부가 로펌을 통해 법적인 검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사 약관상 통신장애에 의한 사고는 귀책 사유에 해당되는 가운데, 해킹도 이러한 귀책 사유에 해당될 수 있는 지가 쟁점이다.

유 사장은 “위약금 면제 부분은 아서 청문회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며 “이사회 논의와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 법무 검토가 끝나는 대로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하고 또 과기정통부의 어떤 이런 부분도 또 별도로 나오고 그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판단을 할 예정이고 그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특정해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선 추가 조치 외에도 가입자식별키(IMSI) 암호화·정보보호투자액 등 보안상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한 향후 보완 계획에 대해서도 공유됐다.

앞서 국회가 진행한 청문회에선 지난해 SK텔레콤의 정보보호 투자액이 3사 중 가장 적었던 부분이 지적됐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정보보호 투자액은 600억원, KT는 1218억원, LG유플러스의 정보보호 투자액은 632억원이었다.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하면 SK텔레콤의 정보보호 투자액은 867억원이다. 또 음성인증장비(HSS) 내에서 IMSI가 암호화되어 있지 않았던 부분을 두고서도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정부 합동조사단의 결과가 나오면 이런 부분들에 종합적으로 계획을 마련해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HSS에 대해선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센터장이 “HSS은 시간적인 처리에 민감한 장비다. 전화가 오면 암호화를 풀었다가 전화가 끝나면 다시 암호화되는 과정에서 지연(레이턴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에 (3GPP 표준상) 암호화가 안 돼 있도록 하는 것이 표준”이라며 “그럼에도 불구, HSS 자체에서 암호화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자문단을 만들어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날부터 매일 오전 10시 브리핑을 통해 추가적인 조치 현황에 대해 공유할 예정이다. 고객의 공포심을 덜고자, 보도내용과 관련한 팩트체크도 함께 실시한다.

유 사장은 “사회불안이 해결될 때까지 일일브리핑을 진행하겠다”라며 “이번 사고와 관련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여 이용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고객들이 겪은 수많은 불편과 불안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