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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수요 더 죽으면 안된다"...美 관세에도 '버티기 돌입' 디스플레이 업계 [소부장디과장]

배태용 기자

삼성디스플레이 아산1캠퍼스. [ⓒ삼성디스플레이]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미국의 '상호 관세' 시행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일단 버티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4월 TV, 모니터, 노트북용 패널 가격을 올리지 않고, 유지 국면을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 그래도 IT 기기 등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패널가를 올릴 경우, 시장 분위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1일 트렌드포스(TrendForce)의 보고서에 따르면, 4월 초 TV 패널 가격은 전 품목에 걸쳐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부 브랜드사들이 완제품 재고 증가와 수요 위축에 따른 우려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생산량 조정이나 패널 단가 조정 등 본격적인 공급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직접적 영향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지만, 수요 위축 우려가 서서히 번지고 있다"라며 "특히 브랜드사들이 선제적으로 패널 확보에 나서기보다는 당분간 재고 소진을 우선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전략 품목 전반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달 초 발표됐다. 강력한 관세 정책에 따라 미 증시가 폭락하는 등 후폭풍이 일자, 한국·유럽연합(EU)·일본 등 동맹국에는 90일 유예와 함께 일시적으로 10% 관세만 적용하기로 했으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1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즉시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TV·모니터·노트북 등 완제품 조달 구조상 중국산 부품이나 소재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급망 전반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관세 발표 이후 일부 브랜드사들은 패널 출하와 완제품 배송을 앞당기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노트북 패널 시장의 경우, 관세 시행 전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했으며, 항공 운송 등을 통한 물량 확보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기적인 반짝 수요 이후 수요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니터용(MNT) 패널 가격은 전반적으로 소폭 상승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트랜스포스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 ▲21.5인치 FHD 패널은 0.2달러 ▲23.8인치 FHD는 0.3달러 ▲27인치 FHD는 0.2달러 가량 상승이 예상된다. 오픈셀 패널의 경우에도 평균 0.3달러 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LG디스플레이]

이는 관세보다는 패널업체들의 손실 보전을 위한 가격 인상 시도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최근 몇 년간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다. 특히 MNT 패널의 경우 수요 회복세가 더뎌 가격 인상이 제한적이었으나, 올해 들어 주요 제조사들이 본격적인 원가 절감을 위해 가격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반면, 노트북(NB) 패널 시장은 관세 변수로 인해 향후 방향성이 더욱 불투명한 상태다. 4월 9일 이후 관세 시행에 앞서 물량을 미리 출하한 브랜드들이 많았던 만큼, 이후 주문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NB 패널 가격을 당분간 동결하고, 시장 상황을 주시할 방침이다.

트렌드포스는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패널업체들은 공급 조절과 가격 조정에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라며 "관세에 따른 수요 위축이 현실화될 경우, 2분기 중 일부 제품군 가격에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중국산 패널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태다. 특히 중소형 패널의 경우 BOE, CSOT(차이나스타) 등 중국 패널업체들의 점유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형 TV 패널에서도 TCL·하이센스 등 중국 TV 브랜드의 내수 수요와 연계된 구조가 공고하다.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망 다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 패널업체들에게는 반사이익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전방 고객사들이 상황을 주시하며 재고 조정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라며 "5월 이후 관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일부 패널 가격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디스플레이 공급망 재편 이슈와 맞물려 패널 시장에도 새로운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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