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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LG이노텍, 계절적 비수기 넘고 웃을까…美 관세·수요 위축은 변수

고성현 기자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삼성전기]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삼성전기]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삼성전기, LG이노텍 국내 양대 전자부품사가 올해 1분기 선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및 중국 시장 호조 등이 힘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다만 4월 초 시행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조치로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 등을 탈피해야 하는 등 과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조7099억원, 영업이익 199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늘고 영업이익은 10.7% 가량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5'가 판매 호조를 타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비롯한 주요 분야 판매량이 늘었고, 중국 내 전자기기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구환신' 정책에 따라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규로 진출한 차량용 MLCC 등 전장 분야에 따른 성과가 1분기 호실적의 기대감으로 반영된 상황이다.

LG이노텍은 부진한 흐름이 예상됐다. LG이노텍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4조4437억원, 영업이익 105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40% 가량 급감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다.

다만 최근 증권가에서는 LG이노텍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하며 예상 대비 선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이 LG이노텍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304억원으로 내다봤고, DB증권은 컨센서스 대비 150억원 가량 높인 1219억원을 제시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영업이익 추정치를 1281억원으로 내다보며 1200~1300억원 사이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를 우려해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등을 선주문한 것이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애플향 신제품 공급 효과와 높아진 원·달러 환율에 따른 환차익, 중국으로의 판매 확대 등이 고루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양사는 오는 1분기 실적에서 예상 대비 선방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심화된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수요 침체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발 관세 전쟁 확대에 따른 여파로 베트남 등 주요 거점의 관세율이 높아진 것이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기가 필리핀·베트남 등에 각각 MLCC와 카메라모듈·기판 공장을, LG이노텍이 베트남에 카메라 모듈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이 영향권 아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사의 제품은 애플이나 삼성전자, 중국 업체의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만큼 미국 시장의 직접적 관세 대상은 아니다. 다만 애플, 삼성전자 등 주요 고객사의 공장이 베트남이나 중국, 국내 등에 있어 제품 가격 인상 등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전체적인 IT·전자제품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완제품 수요가 줄면 자연스럽게 부품 공급량이 떨어지기에 간접적 여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LG이노텍 구미 공장. [ⓒLG이노텍]
LG이노텍 구미 공장. [ⓒLG이노텍]

특히 LG이노텍의 경우 대부분 카메라모듈의 판매처가 애플인 만큼 타격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현재 폭스콘을 통해 아이폰 시리즈를 제조 중인데, 폭스콘의 공장이 중국이나 대만, 베트남 등 관세율이 높은 권역에 밀집돼 있어 최종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품사인 LG이노텍이 수요에 대한 간접적 여파를 받거나 부품가격 하락 압박을 받게 되는 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향후 양사의 실적 전망은 사업 영역 확대에 따른 매출 다각화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세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매출처를 확대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타개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사의 신규 진출 분야는 전장부품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부품 시장은 차량의 전장화와 고성능화 트렌드가 유지되는 만큼 MLCC·반도체 기판·카메라모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관련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등을 중국, 국내 고객사 등으로 확대하면서 발판을 넓히고 있다. 현재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시장 점유율은 작년 기준 20% 수준으로 추산되며, 2022년 4%·2023년 13%(트렌드포스 집계) 대비 우상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LG이노텍은 주요 LG그룹 계열사와 함께 전장 부품 사업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주력인 카메라모듈의 납품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차량용 조명, 무선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판 등을 통해서다.

양사가 그간 추진해 온 반도체 기판 부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분야에서는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기판 사업을 확대하며 AMD 등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실적의 가시성을 확보했지만, LG이노텍은 일부 통신 기판 외 마땅한 수요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FC-BGA 분야 내 일본 기업의 높은 위상 등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어 AI 서버 등 고성장 분야로의 진출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전자나 반도체, 부품 업계가 예상 대비 선방한 것은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적용 가능성에 따른 선주문 등이 높은 영향을 끼쳤다. 미래 발생할 수요를 앞당겼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라며 "당초 올해 경영 환경이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던 만큼, 매출 다각화에 대한 성과가 양사 실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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