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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공백에 실적 악화까지...한국IBM, 전략 재정비 ‘시험대’

이안나 기자
IBM 왓슨x [ⓒ IBM]
IBM 왓슨x [ⓒ IBM]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한국IBM이 최근 리더십 교체와 함께 수익성 둔화, 시장 내 입지 변화 등 여러 과제에 직면했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중심 기술전환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지표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대표 교체를 계기로 한국IBM이 전략 재정비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IBM 이은주 대표가 연초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7월 1일 취임 이후 약 1년 6개월만의 사임으로, 현재는 이수정 부사장이 사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IBM 측은 별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내부 전략 변화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IBM이 클라우드나 AI 등 기술 전환에 나섰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그간 강조했던 왓슨도 기대만큼 큰 이슈를 만들지 못했고 네티자 같은 제품군도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양자컴퓨팅 등 신기술을 시도가 있지만 아직 시장이 그 정도로 진일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IBM 지난해 실적 지표에서도 이러한 어려움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IBM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5926억원을 기록해 전년(5611억원) 대비 5.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11억원에서 229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당기순이익이 전년 437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84억원 손실로 전환됐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는 3994억원에서 4689억 원으로 약 17% 증가했다. 매출원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투입된 비용으로, 인건비나 외주비용, 기술 사용료 등이 포함된다. 매출 증가보다 비용 상승폭이 더 컸던 만큼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 변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의미하는 외환차손과 외화환산손실은 실적을 더 악화시켰다. 해당 손실 항목은 2023년 약 23억원에서 지난해 165억원으로 7배 이상 급증했다. 글로벌 기업 특성상 환율 변동에 민감한 사업 구조가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IBM 국내 시장 전략에도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과거 시스템통합(SI) 및 기업용 솔루션 시장에서 두드러진 입지를 가졌던 IBM은 최근 국내 IT 인프라 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오랜 기술력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일례로 한국IBM은 KB국민은행의 메인프레임을 여전히 방어하고 있는 등 핵심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AI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뼈아퍼 보인다. 왓슨으로 대표되는 IBM의 AI 비즈니스 모델이 적어도 표면적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다.

IT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IBM이 언젠가부터 존재감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면서도 “그럼에도 IBM이 가진 경험이나 역량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존재여서 협력 논의를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IBM은 AI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그리고 이를 위한 컨설팅 서비스 등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수익성 회복과 시장 영향력 재고라는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번 리더십 공백을 어떻게 메우고 사업 전략을 재정비할지, 한국IBM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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