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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해민 의원, "美 통상마찰 없이 '망 무임승차' 해결하려면"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망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가 드러났을 땐 이를 처벌하되, 시장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돼야 합니다.”

글로벌 CP(콘텐츠사업자)의 망 무임승차 행위가 논란되고 있다. 인터넷망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이에 따른 비용인 망사용료는 ISP(통신사업자)에 내고 있지 않아서다.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조차 거부하고 있다. 특히, 망사용료를 이미 지불하고 있는 다른 국내 CP들과의 역차별이 지적되는 가운데 22대 국회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자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도 마찬가지로, 망 무임승차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법제화에 나섰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우리 국회의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법안 제정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가운데, 지난 2일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이 의원은 “글로벌 사업자로 하여금 망사용료를 내게 하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협상테이블에 앉힐 기회조차 날려버릴 수 있다”라며 도입 취지에 맞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 이해민·김우영 법안, 어떻게 달랐나…“시장 자율성 최대로 보장”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김우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망사용료 계약에서 사업자가 지켜야 할 원칙을 명시한 것 골자다.

기존에 발의된 법안들이 망사용료과 트래픽 규모 등 계약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내용들을 열거했다면, 이 법안은 금지행위를 제외한 모든 협상 및 계약 내용을 사업자의 자율 영역으로 보장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가 해외 사업자와의 계약 내용에 직접 개입하는 순간 국가 간 마찰로 이어지고, 갈등 속에 부당하게 계약을 거부하는 행위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단적인 예로, 국내 IPTV 3사 중 SK브로드밴드 고객만이 유일하게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이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오랜기간 이어진 망 이용대가 갈등 때문이었다.

이후 양사는 2023년 9월 약 3년 간 이어온 법적분쟁을 종결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가운데, SK브로드밴드는 이듬해 업계 최초로 IPTV 스탠다드 요금제와 넷플릭스를 조합해 타사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인 바 있다.

이 법안에 대해 이 의원은 “정부가 망 이용대가 협상에 직접 개입하려는 것도 취지는 결국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하는 데 있다. 하지만 정부가 (사업자를) 사전 규제하려는 순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라며 “이에 법안은 ‘망사용료를 내라,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닌 시장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 하되, 불공정 행위가 있을 땐 제대로 처벌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규제 기준도 국내외 사업자에 동일하게 적용했다. 이용자 수·트래픽 양 등대통령령으로 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국내외 사업자가 규제 대상이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망 이용대가 관련 논의는) ‘A사가 트래픽을 많이 사용하니 돈을 더 내야한다’ 식의 접근이 많았는데, 이는 싸우자는 취지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라며 “법은 가치중립적이어야한다. 어느 날 갑자기 네이버가 유튜브보다 더 커질 수 있는 상황들을 가정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최소한의 규제로 모든 불공정행위 방지…“그릇이 되는 법안 제정에 집중”

다만, 콘텐츠 시장에서 사업자 간 부당거래를 방치했다가 소비자의 편익이 저해된 과거 수많은 사례에 비춰볼 때, 제공되는 서비스(상품)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가 오갈 수 있는 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은 시장에 필요하다고 이 의원은 봤다.

과거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의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를 거부했던 바, 일부 해외 CP가 국내 ISP와의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 등에 대해선 금지행위로 규정해 사후규제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구글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했던 그는 “사용자에게 ISP와 CP의 복잡한 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같은 돈을 낸다면 서비스가 안 끊기고 콘텐츠 품질이 좋을수록 만족할 뿐이다”라며 “정부도 궁극적으로 이를 달성하고자 규제에 나서는 것이지만, 사전규제를 하게되면 역설적이게도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법은 시장에서 건강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주고, 결과적으로 사용자 경험이 증대되는 방향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라며 “다만, 최소한의 규범이 있어야지 (글로벌 사업자도) 국내 사업을 영위하면서 (그 부분을) 신경쓴다. 금지 행위에 대해 처벌받을 수 있구나를 인지한 채로 (협상을) 체결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이번 법안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이 금지행위를 규정하는 부분이었다. 모든 불공정 행위를 막을 수 있으면서도, 시장의 자율성은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금지행위를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글로벌의 모든 불공정 행위 사례를 모아 일일이 대입해보며 이를 포괄할 수 있는 ‘그릇’을 찾는데 공들였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금지행위에는 ▲정보통신망의 이용 또는 제공에 관하여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 ▲정보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에 관한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지연·거부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에 따른 정당한 대가의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 ▲정보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에 관한 계약 체결 과정에서 이용 요금, 계약 조건 등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 또는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설명 또는 고지하는 행위 등 총 3가지로 정리됐다.

이 의원은 “본질은 옆에 치워두고, 개별 사례를 일일이 규제하려다 보면 법안을 계속 개정할 수 밖에 없고 그 법안은 결국 무더기가 된다”라며 “이에 개별 사항들을 아우를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 정당한 대가 지급, 어떻게 판별하나…실태조사 제안

특히, 이 의원이 말한 금지행위에는 ‘정당한 대가의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가 포함됐다. 정부가 사업자 간 협상에 개입하지 않고 어떻게 정당한 대가가 지급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까.

이에 이 의원이 제안한 방식은 ‘실태조사’다. 전기통신사업법 내 제34조의3 조항을 신설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망 이용 및 제공 현황 파악을 위해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실태조사를 통해 요구할 자료의 예시로 그는 IXP(인터넷교환지점)를 통해 확인된 트래픽의 양을 제시했다. IXP는 ISP와 CP 혹은 ISP와 ISP 사이에서 중개인 역할을 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즉, IXP에서 교환한 트래픽의 규모를 토대로 각사가 비슷한 규모의 이익을 얻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국내의 경우 실태조사에서 간혹 기업의 로우(Raw) 데이터를 요구하는데, 이 경우 글로벌 사업자가 부담감 느끼고 (제출을 거부해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이 발생한다”라며 “무조건 데이터를 다 내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닌, 목적성 있는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통상마찰 우려엔 “문제없다” 여유…“ISP와 CP, 사용자까지 상생하는 법”

법안 통과에 따른 미국과의 통상마찰 논란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문제없다”라며 여유를 내비쳤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5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내에서 발의된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에 대해 우려 의견을 표명했다. 해당 법안이 국내에서 사업 중인 해외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국회에는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지만, 장기간 계류돼 있는 상태다. 앞서 21대 국회에선 총 8개의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며, 22대 국회에선 김우영 의원·이해민 의원과 이정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총 2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기존에 발의된 법안들이 망 이용대가와 트래픽 규모 등 계약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내용들을 열거했다면,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금지행위를 제외한 모든 협상 및 계약 내용을 사업자의 자율 영역으로 보장하고 있어 통상마찰에서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이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라는 법안 명을 계승하는 대신, ‘망 이용계약 공정화법’이라는 새로운 별칭을 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일명 ‘망 무임승차 방지법’으로 불리어지는 기존 법안들이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이유로 수년째 답보상태임을 감안했을 때,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법규가 필요하다고 그는 봤다.

이 의원은 “이 법안은 지금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종류의 법안이어서 가능하면 빠른 시간 안에 (국회 과방위가) 소위에 올려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사용자들이 좋은 콘텐츠를 편안한 방법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취지로, 큰 이견 없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도 역할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ISP와 CP가 서로 싸우지 않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종류의 길도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그 부분에서 과기정통부의 역할이 중요하며, 큰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드리고 싶다”고 제언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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