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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증권맨 구분없이 한 곳에… 5대 금융, 은행-비은행간 경계 급속 붕괴

강기훈 기자

ⓒ5대 금융지주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간 경계가 더욱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특히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모두 은행과 증권, 보험 계열사 간 협업 모델을 구축하는 등 영업 보폭을 늘리는 모습이다. 영업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인데, 수익 다변화를 통해 선제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진 회장이 은행과 증권 간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히 금융권은 주목했다.

진 회장은 "은행과 증권의 WM(자산관리) 사업을 '원(One) 거버넌스 체계'로 운영하면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사업중 부가가치가 큰 WM부문에서 은행과 증권 간 경계를 허물겠다는 뜻이다.

신한금융은 이미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간 협업 강도를 높여왔다. 작년 7월 신한금융은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이 합작한 '신한 프리미어 PWM 여의도센터'를 개소했다. 해당 센터에는 세무, 투자은행(IB), 부동산, 상속 및 증여 등 80여 명의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 직원이 소속 구분없이 일하고 있다.

신한금융뿐만이 아니다. KB금융은 작년 5월 'KB 골드앤와이즈 역삼 PB센터'와 'KB스타 WM자문센터'를 개점했다. 이곳에는 KB국민은행뿐만 아니라 KB증권, KB라이프생명 등 계열사 인력들이 한데 모여 협업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여의도 TP타워에 WM센터에 입점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우리투자증권이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받은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두 계열사 간 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과 하나증권은 작년 10월 네이버 사옥에 네이버그린팩토리점을 개점해 복합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농협금융 또한 연내 은행과 증권이 결합된 복합점포를 최대 10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금융지주들이 앞다퉈이 계열사 간 장벽을 허무는 이유는 최근 금융권 영업 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지주 계열사 산하 은행들의 퇴직연금 잔액이 다른 증권사로 유출되고 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퇴직연금사업자별 실물이전 순유입 및 순유출 규모'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신한은행에서 유출된 자금 규모는 약 1624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뿐만 아니라 기업대출 등 많은 부분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단일 계열사의 '원 맨 쇼'만으로는 이 같은 경쟁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내·외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점 또한 계열사 간 협업의 필요성을 증대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행이 여러 차례 금리를 내림에 따라 올해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위험가중자산(RWA)인 대출 자산을 대거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도 결국 기업이기에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믿고 투자한 주주 또한 생각해야 한다"며 "각 계열사가 가진 자원과 역량으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만큼 계열사 간 협업 모델 구축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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