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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24시] 유럽 내 빅테크, 망 투자에 기여할까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디지털네트워크법(Digital Network Act, DNA)의 제정을 앞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양 진영 간 통상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법안이 갈등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선 디지털네트워크법이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닌 만큼 큰 문제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C는 올해 말을 목표로 디지털네트워크법(DNA) 제정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네트워크법(DNA)은 유럽 내 네트워크 질서 전반을 재정립하는 법안으로, 앞서 제정된 디지털서비스법(DSA), 디지털시장법(DMA)과 함께 ‘유럽 디지털3법’으로 불린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망 공정기여(Fair share)’ 조항의 포함여부다. EU의 행정부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지난해 2월 발간한 디지털네트워크법 관련 백서에는 통신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 간 트래픽 처리 방식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망사용료 지급방식과 관련한 정책적 논의도 새롭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망 공정기여’는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현재 통신사가 직면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유무선 통신사업이 시장 포화로 수익성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투자비용은 급증하면서 상대적 부담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디지털네트워크법 제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의 반발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해외 국가들의 규제를 비판하면서 압력를 가하는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에는 해외 국가의 부당한 벌금·벌칙 조치로부터 미국 기업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즉, EC가 망 공정기여를 명목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에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최근 네트워크에 대한 전통 사업자들의 이익을 인정해주자는 방향으로 글로벌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도 "(법 제정은) 당분간은 쉽지 않아보인다. 간혹 선거 직후 등 정치적 합의에 의해 통과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로선 이러한 모멘텀이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브렌든 카(Brendan Carr) 신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과거부터 빅테크 기업의 망 비용 분담 필요성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낙관적 시선도 존재한다.

카 위원장은 FCC 위원장 내정자 시절 차기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180일 이내에 취해야 할 조치를 제안하는 900페이지 분량의 ‘프로젝트 2025’ 백서에서 FCC의 주요방향으로 ▲빅테크 통제 ▲국가 안보 증진 ▲경제 번영 실현 ▲FCC의 책임 강화 등을 꼽은 바 있다.

그는 특히 통신 사업자만 규제 대상이 되고, 플랫폼 기업은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를 지적하며, 보편적 서비스 기금(Universal Service Fund·USF) 개혁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보편적 서비스 기금은 원격 의료를 위한 통신 서비스 요금 지원 등 모든 국민이 적절한 요금에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기존 보편적 서비스 기금 납부 의무 대상자는 기간통신사업자와 케이블사업자로 한정됐다.

유럽 매체인 유렉티브(EURACTIV)는 카 위원장이 유럽의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를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하면서도, 망 사용료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해외 정부의 디지털 규제를 배경이나 필요성에 대한 이해 없이 자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 행위로 치부하는 상황이지만, 미국 내에서 플랫폼 정책은 반대 행보를 보이며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다”라며 “정작 미국 내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 규제 유지는 물론, 망 비용 부담에 대한 제도화 논의가 지속되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EC는 지난 1월향후 5년간 EU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정책 방향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도 디지털네트워크법 추진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 인센티브 개선 계획안도 포함된 상황이다.

라우라 발라린 세레사 유럽의회 의원은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5에서 “우리는 디지털네트워크법이 도전을 기회로 바꾸는 발판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통신사는 성장 가능성을 회복하게 되고, 투자에 대한 공정한 수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에 제안될 디지털 네트워크 법안과 관련한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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