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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터뷰] 장성균 엘앤에프 CPO "차별화, 생존으로 직결…양극재계 보쉬·덴소될 것"

고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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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균 엘앤에프 최고생산책임자(CPO)가 대구 엘앤에프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기술 회사들이 결국 갖춰야하는 차별화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다. 어떤 쪽에서든 타사와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느냐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기술 차별화를 통해 살아남은 글로벌 기업인 보쉬(Bosch)나 덴소(Denso)처럼 탄탄한 회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현재 목표다."

장성균 엘앤에프 최고생산책임자(CPO) 사장이 양극재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응 방안으로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변동성에 대응 가능한 공급망 구축 등을 꼽았다. 높은 배터리 시장의 변동성과 정책 변수로 인한 리스크를 기술 차별화에 따른 제품 경쟁력, 안정적인 원료 수급 등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현재 위기 상황을 활용해 엘앤에프 자체적인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한편, LS 등 전략적 협력사와의 파트너십으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 美 정책 리스크에 中 공급망 장악까지…"탈중국 LFP 역량 확보 집중"

최근 <디지털데일리>와 대구 엘앤에프 본사에서 만난 장성균 사장은 "20여년 동안 이 일을 했지만 현재가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무역·정책적) 장벽을 치느냐도 중요한 요소지만, 높은 중국 수급 의존도가 문제가 되는 것에 모두 공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장성균 사장은 약 20년간 배터리 양극재·전구체 등을 개발해온 배터리 소재 전문가다. 성균관대 대학원 화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LG화학에 입사해 18년간 양극재를 연구했으며, 2011년 국산화한 전구체 기술로 IR52장영실상을 수상받는 등 성과를 냈다. 2018년 엘앤에프에 온 이후부터는 2020년 니켈 90% 함량 NCMA 최초 양산, 현 95% 다결정·단결정 복합 양극활물질 양산 등에 기여해오고 있다.

그는 "양극재 기술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전구체 기술은 독립적으로 확보한 업체들이 많지 않다. 과거에는 일본에 기술을 의존하다가 국산화를 이뤘지만, 몇년만에 중국으로 이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배터리 전구체·양극재 기술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최초로 개발한 일본 업체들이 주도해왔다. 그러다 LG화학·삼성SDI(구 삼성전관공업) 등이 이 사업에 뛰어든 후 관련 기술 개발이 활발해졌고, 2010년 초중반 LG화학,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등이 이를 본격 양산하면서 국내 기업의 주도권이 넓어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 주도 지원책과 활발한 광산투자, 연구개발(R&D)을 잇던 중국 업체들이 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리튬인산철(LFP) 시장이 전기차 캐즘과 맞물려 확대되면서 NCM 기반인 국내 양극재들의 부침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미국 등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등으로 탈중국 원료 체계 구축을 유도하며 의존도를 낮추고 있지만, 오히려 중국 수입 의존도가 심한 국내 업체들을 이중으로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위기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구지 3공장 앞에 배치된 양극재 모형 [ⓒ엘앤에프]

엘앤에프는 높은 탈중국 니즈와 LFP 배터리의 경쟁력을 고려해 국내 양극재 업체 중 가장 먼저 LFP 양극재 상용화에 나섰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LFP 전구체·양극재 기술을 활용해 구지3공장에 매스 파일럿(Mass Pilot) 라인을 구축하는 한편,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연산 5만톤 규모의 양산 체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장 사장은 "사실 양극재 업체가 북미로 진출하느냐의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대량 양산을 중국 기술이 아닌 자체 기술로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엘앤에프 역시 북미가 됐든 국내가 됐든 LFP라는 양극활물질에 대해 중국 이외의 기술로 대량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는 건 누군가와 합작을 통해 진행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엘앤에프는 10년전부터 이 기술을 개발해왔고 3~4년 전부터 본격 개발을 추진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중국 업체의 합작 요청 등 여러 유혹이 있었지만,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체 기술이 없으면 반쪽짜리 사업화라고 생각해 독자 개발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엘앤에프가 LFP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장 사장은 "2011년 엘앤에프가 자회사인 제이에이치화학공업(JHC)을 만들었고, 한국에서는 매우 일찍 전구체를 생산해왔다"며 "NCM 전구체 기술과 LFP는 거의 유사하고, 오히려 NCM 난이도가 좀 더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장성균 엘앤에프 최고생산책임자(CPO) 사장 [ⓒ엘앤에프]

◆ 양극재부터 전구체·광물까지…"LS와의 협력이 핵심"

장 사장은 현재 엘앤에프가 추진 중인 LFP 양극재 상용화 전략의 핵심을 탈중국 공급망으로 내다봤다. 전구체와 양극재에 대한 자체 기술은 물론, 장기적으로 중국 외 순수 국내 기술 기반의 생산 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엘앤에프에 접촉을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100% 중국에서 벗어나는 (LFP)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전구체는 북미든 다른 권역이든 중국 의존도가 90%에 이르다 보니 국가적 모노폴리가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중국 외에서 양극재 뿐 아니라 NCM 전구체, LFP 전구체까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LS와 새만금에서 짓고 있는 합작회사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LLBS)이 이 상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봤다. 특히 니켈·리튬 등 원료 가격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이를 판매하는 중국 외 업체가 줄어든 만큼, 이 업체들과의 네트워크가 확고해야만 안정적인 전구체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협력사인 LS는 거의 90년 이상의 업력을 갖춘 정제·제련 업체다. 광물 사업은 기본적으로 오래된 전통적 산업이어서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다"며 "미국 자유무역협정(FTA)산 원료를 누가 더 잘 구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이를 구할 수 있는 곳은 글렌코어나 BHP 등인데, LS는 구매 외에도 판매 측면에서 이 업체들과 거래를 많이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전구체의 가격 경쟁력에 대한 견해도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통상 전구체는 양극재보다도 낮은 마진율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사업으로 평가받지만, LS가 가진 제련 경쟁력이 이같은 불안 요소를 크게 상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LS는 원료 수급뿐 아니라 생산에 대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파트너다. 제련 사업은 이익 창출을 위해 많은 노하우와 수율 향상에 대한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업스트림의 경쟁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장성균 엘앤에프 최고생산책임자(CPO)가 대구 엘앤에프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하이니켈 NCM-LFP 투트랙에 NMX까지…기술적 차별화 이끌 것"

장성균 사장은 엘앤에프가 현 상황에서 경쟁력을 키울 방안으로 ▲본원적 경쟁력 확보 ▲생산성 향상 ▲공급망 구축을 꼽았다. 양극재 시장에서 높은 기술적 위치를 차지하면서도 납기 대응에 충분한 양을 생산하고, 광물 가격 등 변동성에 대비할 공급 안정성까지 갖춰야만 한다는 의미다.

장 사장은 "현재 엘앤에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비전X트리플'이라는 태스크포스(TF)팀을 주관 하에 운영 중이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니켈 95% 이상의 양극재 양산에 돌입하고, 세계 탑티어의 제련 업체를 파트너로 확보한 만큼 중국을 벗어나 완벽히 독립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의 차별화라는 측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별적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면 일부 공급망에 종속되기 쉽고 사업 지속가능성이 취약해지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타사 대비 높은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기술적 차별화는 어떤 기술 회사들이라도 갖추려고 하는 요소다. 특히 양극재 산업이 기술 기반의 장치 산업인 만큼, 차별화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며 "실제로 기술 차별화를 통해 살아남은 글로벌 기업인 보쉬나 덴소같은 회사가 있는 만큼, 우리가 벤치마킹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엘앤에프의 '인터배터리 2025' 부스에 전시된 하이니켈 NCM 복합 양극활물질

이같은 기술적 차별화의 대표적 사례로 최근 시중에 공개한 '하이니켈 NCM 복합 양극활물질'을 꼽았다. 하이니켈 NCM 복합 양극활물질은 니켈을 95% 함량한 다결정·단결정 양극재로, 기존 하이니켈 대비 에너지밀도와 배터리 수명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장 사장은 "처음에는 이 양극재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다결정-단결정 블렌딩을 통해 진입할 수 있었다"며 "향후 하이니켈 양극재는 단결정 양극재 함량이 높아지는 추세가 유지될 것 같다. 아울러 니켈 95% 이상 함량 제품에서 어떤 차별화 성능을 제공하는가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2년 내 양산될 것으로 보이는 차세대 제품에 대한 견해도 드러냈다. 장 사장은 "엘앤에프는 고전압 미드니켈 1세대 양극재에 대해 수십톤 규모로 납품 중"이라며 "단결정 양극재가 전기 저항이 높아진다는 문제가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현재 미드니켈 2세대 제품은 성능이 확보가 될 것으로 보고, 추가적으로 차별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삼원계 양극재로 꼽히는 코발트프리(NMX) 제품에 대해서도 "NMX는 최근 2~3년 내로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제품 중 하나고, 이미 한 두개 고객사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다만 NMX도 이슈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 원하는 가치보다 더 높은 차별적 요소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장성균 사장은 "최근 배터리 시장은 어떤 업체든 거의 동일한 선상에서 기술적, 가격적 능력 등으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다. 엘앤에프는 이전부터 투명성을 강조하며 이같은 기조를 관철해왔다"며 "NCM523 제품을 시작한 이래 니켈 70%, 90%대에서도 이같은 접근 방식을 유지해온 만큼, 우리 스스로가 이 상황에서 이겨낼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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