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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경쟁 점화… 신한은행 vs 하나은행, 누가 표준 주도할까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국내 은행권이 새로운 전산시스템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을 전후해, 유닉스(UNIX) 기반의 오픈 환경을 채택했던 은행권이 이제 또 다시 향후 15년~20년간 운용할 포스트 차세대전산시스템(이하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 하나은행에 이어 최근 농협은행, 우리은행, BNK부산은행, iM뱅크등도 컨설팅에 착수하거나 추진을 검토하는 등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은행권에서는 유일하게 주전산시스템을 유닉스가 아닌 'IBM 메인프레임'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유닉스 계열 은행들과 동일 선상에서 놓고 차세대시스템 전략을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지난해 12월 발표된 수정된 ‘코어뱅킹 현대화’ 사업 계획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코어뱅킹1, 2체제로 개편할 계획임을 밝혔다.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한 은행당 3000억~4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구축 기간(일정)도 빅뱅이 아닌 ‘단계적’ 구축 방식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3~5년 이상 늘어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아울러 기술적으로는 클라우드 환경의 유연한 대응을 위한 x86/리눅스 전환, 비대면뱅킹의 신속한 처리능력 강화, AI시대에 부합하는 마케팅시스템의 고도화 등이 거의 공통된 요구 조건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국내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경쟁에서 단연 관심을 끄는 것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행보다.

이미 차세대시스템 전략을 실행에 옮긴 두 은행의 구축 행보가 향후 은행권 뿐만 아니라 넓게는 보험, 카드, 증권 등 2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전략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 은행이 향후 15~20년간 국내 금융권의 새로운 차세대시스템의 롤 모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실제로도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많은 금융회사들이 두 은행을 방문하는 등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먼저 가동에 들어간 신한은행… 코어뱅킹 '이중 운영' 방식에 금융권 초미 관심

은행권에서 포스트 차세대시스템의 첫 테이프는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끊었다. 지난해 5월, 신한은행은 ‘더 넥스트(NEXT)로 명명된 차세대전산시스템(NGBS)의 가동에 들어갔다.

특히 기술적으로보면, 신한은행 포스트 차세대시스템사업에서 계정계를 커버하는 ‘코어뱅킹(Core Banking)’시스템에 대한 혁신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여·수신, 외환, 대외계 등 코어뱅킹 업무를 대면 전용과 비대면 전용으로 분리해 각각 가동하는 이중운영(Dual Banking)방식을 국내 은행권에서는 최초로 택했다. 이와함께 프로그램 구조의 개선과 경량화, 디지털뱅킹 플랫폼의 분리, 화면로딩속도 등 성능 최적화를 진행했다.

'신한 SOL뱅크'의 거래속도가 기존에 비해 6배 이상 향상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영업점 단말도 로그인 속도가 92% 단축, 거래속도는 86% 단축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주전산시스템의 경우도 신한은행은 x86/리눅스(Linux)전환을 통해 클라우드 대응 기반과 함께 저비용 고효율의 IT인프라 구조를 구현했다.

◆하나은행, 코어뱅킹(계정계) 고도화로 '비대면 뱅킹' 효율화 추진… 신한은행과는 다른 방식

신한은행 만큼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하나은행의 차세대시스템 모델이다.

최근 하나은행은 지난 2023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O.N.E’으로 명명된 1단계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종료하고, 오는 2026년까지 ‘프로젝트 FIRST’로 명명된 2단계 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앞서 지난 1단계 프로젝트에서 ▲영업점 환경 고도화 ▲마케팅‧데이터 허브 구축 등 정보계 IT 인프라의 세대교체에 중점을 뒀다.

이번 2단계 사업에선 ▲손님 경험 강화 ▲디지털 플랫폼 혁신 ▲기반 인프라 고도화 등 3대 방향성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는데 주전산시스템 개편 등 주로 계정계시스템에 대한 혁신 비중이 높다.

하나은행이 추진중인 차세대시스템 전략은 몇가지 측면에서 신한은행의 그것과는 분명히 차별화된다.


먼저, 하나은행은 신한은행이 적용한 '비대면 전용' 코어뱅킹시스템 전략을 채택하지 않았다. 즉, 신한은행과 같은 ‘코어뱅킹 이중 운영’ 전략이 아니다.

대신 하나은행은 코어뱅킹(계정계시스템)의 운영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와관련 하나은행 ICT리빌드팀 관계자는 “계정계시스템 부문은 고도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하나원큐앱’과 프론트(Front)와 백엔드(Back Eed)를 전부 클라우드 환경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하나은행측은 “비대면 여신 강화를 위해 ‘디지털업무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며, 계정계 코어뱅킹의 대체재가 아닌 비대면 전용의 유연성과 속도를 갖춘 시스템으로, 향후 확장성 부분도 감안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주전산시스템의 x86/리눅스 전환(U2L) 여부와 관련해서도 하나은행은 “기존 코어뱅킹은 그대로 유닉스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고 밝혀, 신한은행과 차이를 보였다.

하나은행은 “다만 채널시스템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신규 구축되고, 비대면 전용시스템인 '디지털업무시스템'은 리눅스(U2L)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신한과 하나, 두 은행중 어느 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전략에 금융권이 더 관심을 보일지 알 수 없다.

다만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구축 방향과 난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BNK부산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코어뱅킹 이중 운영’ 모델이 독특하다. 다만 DBMS 부문에서 고민해볼 지점이 있다. 동시에 하나은행의 차세대 방법론과 전략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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