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홈플러스, 정상화 가능할까…노조·투자자 반발 여전

최규리 기자
16일 홈플러스 주주사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에 물품을 납입하는 소상공인들이 원활히 결제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사재를 출연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16일 홈플러스 주주사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에 물품을 납입하는 소상공인들이 원활히 결제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사재를 출연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납품업체와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채무 변제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정치권에서는 이를 단기적인 여론 무마책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17일 "회생절차를 통해 채권을 전액 변제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미 3510억 원의 상거래채권을 지급했고, 이번 주 안에 주요 협력사와 납품 관련 합의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사재 출연을 발표한 만큼 영세업자 및 소상공인에 대한 대금 지급을 신속히 완료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생절차 개시로 인해 매입채무 유동화 증권(ABSTB)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자들은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돌입 직전까지 채권을 지속적으로 발행하며 손실을 떠넘겼다고 주장하며, 이를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증권사와 협의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법원의 승인과 채권자 동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당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홈플러스가 판매한 단기채권 판매잔액은 총 5949억원이며, 이 중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된 금액만 2075억원(67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노동조합도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발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출석 요구, 국세청 세무조사, 노조 반발 등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자 이를 피하려는 임시방편으로 사재 출연을 발표한 것"이라며, "진정한 사과 없이 해외로 출국한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질타했다.

특히, 노조는 김 회장이 18일 예정된 국회 정무위원회 홈플러스 관련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채택되었음에도 "MBK의 투자가 완료된 개별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유서를 제출하며 출석을 거부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김 회장이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할 의지 없이 정치적 압박을 피하려는 목적만으로 사재 출연을 발표한 것"이라며, "이 또한 투자라고 여기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 약속했던 1조원의 투자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기업 가치 하락 이후 회생절차를 이용해 노동자와 협력사에 손실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선제적 기업회생이라는 생소한 개념까지 동원해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노동자와 협력사에 떠넘기는 ‘신개념 먹튀’를 시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김 회장의 행보를 문제 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병주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출석을 거부하면 여야 합의를 통해 형사·행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필요 시 MBK파트너스에 대한 추가 조사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최규리 기자
ggg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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