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하이퍼나이프' 박은빈 "싸이코패스 의사 역할, 심리학 전공 외에도..."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작품마다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하는 배우 박은빈이 싸이코패스 성향 천재의사로 돌아온다. 2022년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 역을 맡았던 박은빈은 당시 해당 배역을 통해 관련 증상에 대한 오해 및 편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문헌·서적을 읽고 연구하며 캐릭터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박은빈의 캐릭터 연구는 계속됐다. '정세옥'이라는 캐릭터가 싸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천재 외과의사로 설정되다보니 캐릭터 연구가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은빈은 자신의 전공인 심리학과 더불어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메뉴얼의 다섯 번째 개정판(DSM-5)' 등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DSM은 미국정신의학협회(APA)에서 발행한 정신병 분류 및 진단 절차를 모아놓은 메뉴얼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소재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하이퍼나이프 제작발표회'에서 박은빈은 캐릭터 연구 방법에 대해 "반사회성 인격 장애에 대한 특성은 DSM-5등을 참고하며 이런 특성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면서 캐릭터를 잡아갔다"며 "대학 시절 심리학과를 전공한 덕분에 알고 있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제작발표회에선 오는 19일 공개되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공개됐다. 지금까지 밝은 기운의 에너지를 통해 선한 역을 주로 맡아왔던 박은빈은 하이퍼나이프에서 충동을 참지 못하는 천재 외과의사 '세옥'으로 분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 분)'와 혐관(혐오하는 관계) 케미스트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은 이날 진행된 하이퍼나이프 제작·출연진과의 일문일답.
Q. 극중 '세옥'은 생각보다 많이 미쳐있는 캐릭터인 데, 이를 선택한 이유는.
A. 박은빈: '무인도의 디바'라는 작품을 촬영중이었을 때 제안받은 작품 중 하이퍼나이프라는 작품이 시선을 끌었다. 첫 장을 넘겨보니 강력한 러브라인이 적혀 있었고, 신경외과 의사인데 무슨일이 벌어지려고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소개하시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를 강렬하게 이끈 작품이었다.
잘 안 믿어주시지만 저는 매번 어려운 선택을 하는 편은 아니다. 저 나름대로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내부에서 판단한다. 사실 (하이퍼나이프도)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하이퍼나이프라는 작품 역시 세옥이란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에게 어떤 깊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 늘 설레고 있었던 것 같다. 많이 미친 캐릭터를 보여드리게됐는데 끝까지 세옥의 모난 구석을 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Q. 박은빈 배우하면 비타민과 에너지 같은 선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데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A. 김정현 감독: 모든 감독들이 그렇게 생가하겠지만 대중에게 보여주지 않은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박은빈 배우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역할을 하겠다고 했을 때 기대감이라기보단 기쁜 감정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했었는데 모니터를 통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제로 미쳤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어느 특별한 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뒤로 갈 수록 감정의 정도가 쌓아지고 폭발하는 모습들은 평범하지 않으면서도 임팩트 있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드라마가 박은빈·설경구의 연기 대결을 보는 듯한 느낌인 데 함께 하는 신에선 케미스트리가 어땠는 지.
A. 설경구: 케미스트리가 너무 좋았다. (극중에서) 제가 많이 당하는 모습이 있는데 박은빈 씨가 도파민이 터져 쾌감을 느끼는 것보다 맞는 제가 더 묘한 쾌감이 있었다. 극 중 박은빈 씨와 제가 서로에게 해를 끼치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 작품의 특색은 존경·선망했던 스승이 증오의 대상이 되고, 누군갈 곁에 두지 않던 인물이 처음 애정을 쏟은 제자와 대립하는 관계들이 입체적이고 흥미진진하다는 것이다. 인물들의 내면의 감정들을 보시면 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A. 박은빈: 연기적으론 정말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제가 선배님과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기 위해 정말 많이 대화를 신청했다. 저에게 (설경구) 선배님이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만약 선배님이 안 계셨다면, 이 작품을 끝까지 완주하기 어려웠을 만큼 많이 의지했다. 모든 것을 든든하게 받아줄 준비를 해주셔서 (극 중) 세옥이가 마음껏 까불 수 있었다.
A. 박병은: 제가 개인적으로 (설경구) 선배님의 열렬한 신봉자다. 현재 한 솥밥도 먹고 있지만 이 회사에 들어간 것도 선배님의 영향이 컸다. 오디션을 보러 가면 영화 '박하사탕' 속 대사를 했던 것이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있다. 같이 연기를 하고 제작발표회 무대에 함께 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현실적인 것 같다. 현장에서 피곤하실 만 한데 조금만 말씀드려도 다 들어주신다. 선배님은 오전 8시 촬영이면 새벽 5~6시쯤 줄넘기 등 운동까지 전부 마치고 붓기없이 오신다. 영화 '오아시스' 때부터 그렇게 하셨다고 한다.
A. 설경구: 제가 원로가 된 기분이다.
A. 윤찬영: 저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박은빈 선배님과 촬영하면서 처음엔 긴장을 많이 했다. 제가 나오는 대부분의 장면을 세옥과 함께 하게 됐는데 그때마다 편안하게 웃으면서 챙겨주셨다. 사담도 나누고-작품 얘기도 하다 보니 촬영장이 행복했고 편안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Q. 싸이코패스 살인마 역할에 대한 공감이 어려웠을 텐데 부담은 없었나.
A. 박은빈: 이런 반사회성을 가진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장르를 '피카레스크'라고 한다. 악인이 주인공이 되는 장르이기도 한데 단순 빌런(악당)으로써 기능한다기보단 '세옥'이란 캐릭터성을 동력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전개 방식이다. 비록 시청자분들이 이해하긴 어려우실 지라도 끝에 가면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라고 설득됐으면 하는 것이 저의 목표였다.
(살인 등을 저지르는 극중 캐릭터 특성 상) 응원과 이해는 바라지 않지만 이런 사람(세옥)이 세상의 기로에서 선악을 마주하는 포인트와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같이 체험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부담이라고 한다면 (드라마가 공개된 후 세옥에 대해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이실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Q. 필모그래피에서 박은빈·설경구 모두 의사 연기는 처음인 데 리얼리티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A. 설경구: 촬영 전엔 무섭다는 생각에서 뇌 수술 동영상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촬영을 위해선 봐야했는데 대학교 신경외과 교수님께서 함께 보시며 설명을 해주셨다. 손 씻기 등 수술방 입장에도 순서가 있더라. 그런 부분도 하나 하나 배웠다. (자문을 하시는 교수님이) 수술할 때 메스를 집는 장면도 촬영장에 매번 나오셔서 지도해주셨다. 고백하자면 뇌 수술 관련 클로즈업 장면은 교수님의 손이다. 손이 두껍다보니 섬세한 작업을 표현하기 어렵더라. 반대로 박은빈 씨는 손이 맞는 대역 분이 없어서 촬영 당시 직접 찍었던 것으로 안다.
A. 박은빈: 의사 역할이 처음인 데 신경외과라 더 좋았다. 우리가 태어나서 직접 뇌를 볼 일이 없는데 (촬영하며) 정교하게 구현된 모형을 6~10시간 촬영하며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 지금도 머리안에 있는 것이 뇌인데 이 조그만 부위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좌우한다는 것, 그런 수술로 사람을 살리는 것에 대해 경험하게 됐다. 하이퍼나이프가 의사들의 소명의식을 말하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만큼 많은 부분을 경험해서 좋았다.
Q. 스토리라인에서 '데칼코마니'를 강조했는데, 두 배우가 닮은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해서 캐스팅한 것인가.
A. 김정현 감독: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촬영 전에 만났을 때 두 배우(박은빈·설경구)는 전혀 닮지 않았다고 느꼈다. 세옥과 덕희가 비슷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면 하이퍼나이프만의 독특한 톤과 매너가 약해져 재미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지금까지 다른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두 배우가 만났을 때 대중에게 줄 수 있는 감정을 중요하게 봤다.
그리고 극중에서 처음부터 이들이 비슷한 사람이란 설정은 아니다. 이들이 왜 비슷한 인물이었고, 어떤 동일한 목표를 가졌었는 지에 대해선 마지막인 8화에서 밝혀지니 끝까지 지켜봐주시기 바란다.
Q. 박은빈 배우는 플랫폼을 타지 않는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디즈니+는 국내 서비스 중인 OTT 중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하위권에 머물 정도로 좋지 않다. 이 작품이 공개되면서 디즈니+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말도 나오는 데 작품에 대해 어떻게 찾아볼 수 있게 할 계획인가.
A. 박은빈: 흥행을 생각하고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다만 요즘 (시리즈 등 콘텐츠의) 제작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 많은 스태프들이 고생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지금은 어디서 어떤 작품을 또 하고 계실진 모르지만 촬영 당시엔 다들 좋은 작품을 만들자는 한 가지 분명한 목표를 두고 합심했었다. 부디 어떤 반응이든 끝까지 봐주셨으면 좋겠다.
Q. 이번 작품에서 싸이코패스 성향의 의사 연기를 하면서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연구했나.
A. 박은빈: 제가 항상 책을 통해 캐릭터를 구축하는 편은 아니다. 다만 우영우 때 자폐스펙트럼 장애도 그랬고 지금도 반사회성 인격 장애 있는 캐릭터 특성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대학 시절에 심리학과를 전공한 덕분에 알고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또한 DSM-5를 보면서 이런 사람은 어떤 특성을 가질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보며 캐릭터를 잡아갔다. 말하기가 조심스럽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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