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AI 실체 점검①] MS도 접은 모듈러 DC…SKT, 빅테크 상대 레퍼런스 확보 과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5’가 마무리 됐다. 올해도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각사 AI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MWC25에 참가했다. 3사는 대체로 AI 에이전트 서비스와 기업 간 거래(B2B) AI 솔루션 등을 강조하며 AI 전략 홍보에 열을 올렸다. 글로벌 AI 트렌드를 따라 올해야말로 ‘돈버는 AI’를 만들겠다고 입을 모은 통신 3사들의 AI 전략 현황과 실체를 <디지털데일리>가 집중 점검해봤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SK텔레콤이 최근 ‘AI 피라미드 2.0’ 전략을 선포했다. 기존 전략의 업데이트 버전으로, SK그룹의 AI 사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그림을 내놨다. AI 인프라를 ‘고객 맞춤형’으로 패키지화하여 판매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관건은 각 분야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지다. 서비스형 GPU(GPUaaS)부터 AI DC(데이터센터)까지 아직 레퍼런스를 충분히 쌓지 못한 SK텔레콤이 국내 시스템통합(SI) 기업 등 이미 해당 분야에서 특화된 경쟁자들을 상대로 어떠한 차별점을 가져갈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지적이다.
◆ 실행력 초점 맞춘 ‘AI 피라미드 2.0’…"AI 인프라 '고객 맞춤형' 제공"
SK텔레콤은 최근 업데이드된 ‘AI 피라미드 2.0’ 전략을 내놨다. 사업의 ‘실행력’에 초점을 맞춰 ▲첫번째 층은 AI DC(AI 인프라 슈퍼하이웨이) ▲두번째 층은 AI B2B(AIX), 마지막 층은 AI B2C(에이닷, 애스터)로 단순화한 것이 특징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MWC 현장에서 “사실 ‘AI 피라미드 1.0’ 때는 나열을 많이 했다. 설명은 쉬웠으나 실행력을 만들어내긴 어려웠다”라며 “2.0에서는 단순화시키면서 1층은 AI DC, 2층은 AI B2B, 3층은 AI B2C로 만들었다. 자강과 협력만 남겨놓고 굉장히 단순화시켜 실행력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피라미드에서 SK텔레콤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AI DC를 포함한 1층(AI 인프라 슈퍼하이웨이)이다.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는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AI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조성한다는 SK텔레콤의 중장기 전략으로, ▲AI데이터센터(DC) ▲GPU 클라우드 서비스(GPUaaS) ▲에지AI(Edge AI) 등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국 AI 인프라를 구축해 AI 혁신을 위한 고속도로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중 AI DC는 현재 SK텔레콤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기도 하다. 이미 성과가 일부 가시화된 AI DC를 중심으로, AI B2B 매출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AI DC 매출은 가산 DC 등 신규 데이터센터 가동률 상승 등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전년 대비 13.1% 상승한 39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영상 대표는 “예상되는 수익 창출의 속도는 1층(AI DC)이 제일 빠르고, 그 다음 2층(AI B2B), 3층(AI B2C) 순이 될 것이며 시장 사이즈는 역순”이라며 “지금 몇몇 회사들하고 논의를 하고 있는데 업계에서 적어도 1, 2등 하는 업체들 가운데 고객들에 니즈가 있는 사업자와 손잡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I DC 부문에서 서비스형 GPU(GPUaaS)부터 모듈러 데이터센터(DC), 하이퍼스케일급 DC 등 모든 유형의 AI DC를 ‘알라카르테’(맞춤형 상품·a la carte)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AI DC는 AI 학습과 추론에 특화된 인프라를 갖춘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의미한다.
유 대표는 "AI DC 사업은 '알라카르테' 형태를 갖춰 모든 유형의 고객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AI DC 설계부터 건설, 최적화까지 서비스 전반에선 AI DC 통합 솔루션 기업인 펭귄솔루션즈과, 모듈러 AI DC 부문에선 AI 교육 솔루션 기업인 '엘리스(elice)'와 각각 손잡았다.
AI DC 구독형 AI 클라우드 GPUaaS 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12월 가산 AI DC를 함께 오픈한 GPU 클라우드 기업 ‘람다’(Lambda)와 이미 제공 중이다. GPUaaS 서비스를 구독한 기업 고객은 AI 서비스 규모나 목적에 따라 GPU 수량과 기간을 선택하고, 단독 서버·방화벽·전용회선 등 맞춤형 패키지를 구성할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 사업자와 국내에 100MW급 하이퍼스케일 AI DC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다. 비밀유지계약(NDA)에 따라 협력 중인 빅테크 사업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100MW급 AI DC는 GPU 약 6만장 규모에 달하며, 향후 1GW까지 확대해 아태지역 허브로도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 출시 전인 에이닷 비즈, 리스크 큰 모듈러 DC…차별성은 그래서?
당장은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력에 따른 성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그 기간동안 SK텔레콤에 주어진 과제는 타사와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시장에 입증해보이는 것이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 LG유플러스는 구글과 각각 손잡고 이미 검증된 상품을 토대로 레퍼런스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예컨대, AI 서비스 부문에서 KT는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전 직원 대상으로 코파일럿(Copilot)을 도입했다. 그리고 AX(AI 전환) 사례 발굴을 위한 사내 프롬프트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기업고객이나 정부기관 등 고객사를 위한 맞춤형 AI 솔루션을 개발할 방침이다.
같은 취지로 B2B 대상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준비 중인 SK텔레콤은 연내 '에이닷 비즈'의 내부 베타 테스트를 거쳐 연내 SK그룹의 21개 멤버사로 확산, AI B2B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미 시장에서 성과가 입증된 MS의 코파일럿 등과 어떻게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지는 아직 공개된 바 없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교수는 “ERP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엔 선진화된 경험을 탬플릿화하여 판매한다는 데 있었다”라며 “마찬가지로, AI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AI가 B2B에 도입됐을 때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등의 향상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이 데이터 유출과 보안에 대한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지도 과제”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SK텔레콤이 공급하겠다고 밝힌 모듈러 DC의 경우 국내에서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모듈러 DC는 화물 컨테이너 크기의 공간에 GPU, NPU를 비롯한 AI 인프라를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말한다.
이에 현재로선 해외 고객을 겨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SK텔레콤이 선두주자와 다르게 어떠한 차별성을 가졌는지를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앞서 유 대표는 “미국 같은 경우 대부분 모듈러 DC를 깐다. 데이터센터를 하나 만드는데 3년 정도 걸리는데 (모듈러 DC의) 속도의 혁신이 다르다”라며 “중국 내 회사들도 모듈러 DC를 가지고 말레이시아와 같은 곳에서 사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또 “하지만 국내는 모듈화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라며 “규제나 땅값이나 이런 모든 면에서 어렵지만, 국내에 관련 기술을 가진 회사가 나타났다는 것에 고맙게 생각하고 같이 좀 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소프트웨어 업계관계자는 ”MS와 구글도 시애틀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데이터센터를 지었다가 현재는 접은 상황이다.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국내에서 지금까지 (모듈러 DC에 대한) 수요가 없었다”라며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유지 문제가 큰데, (구축 비용이 저렴하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이에 따른 리스크가 더 큰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SK텔레콤이 모듈러 DC 사업을 하려는 배경이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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