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잘딱깔센’ 했어야지…공정위가 정한 통신3사 죄목은 ‘눈치無’ (종합)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오병훈 기자] “(이동통신사의 시장상황반은) 자유 경쟁의 예외를 인정하는 법령(단통법)의 범위 내에서 행해진 행위라고 볼 수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간 다툼 속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하지 못한 이동통신사업자가 10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통신3사가 방통위의 소관법인 단통법의 취지 아래 일명 ‘시장상황반’을 꾸리고 번호이동(MNP) 순증감 건수를 조정해왔는데, 공정위는 이를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담합행위라 본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두 부처의 이중규제 속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기업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공정위 “판매장려금 조정하랬지, MNP 조정하랬나”
공정위에 따르면 통신3사는 번호이동(MNP) 가입자 순증감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판매장려금과 MNP를 구분하며, 방통위의 지시를 벗어나 ‘번호이동 순증감 조정’을 협의·합의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공정거래법 제40조를 위반한다고도 공정위는 덧붙였다. 이 조항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방통위에서는 판매장려금의 과다한 지급행위에 대해 규제를 했으며 행정지도를 진행했는데, 통신3사는 그 규제를 벗어나 MNP 순증감 건수를 조정하는 합의했다”라며 “그 점에서 행정지도를 벗어나는 합의를 했다는 것이며, 이에 대해 조치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공정위가 3사 담합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KAIT와 통신3사가 운영한 ‘시장상황반’이다. 이들이 MNP 순감 사업자가 상황반을 통해 타사에 양보를 요청한다던지, 또는 신규 단말기 판매현황 공유를 요청하는 등 상황반을 ‘담합의 장’으로 운영했다는 것이다.
과징금은 번호이동 가입자로부터 발생한 매출의 1% 수준으로 책정됐다. 총 1140억원(잠정)으로, SK텔레콤 426억원, KT 330억원, LG유플러스 383억원이다.
문 국장은 “1140억원이 과징금은 과징금 고시에 따라서 위법행위 발생 경위, 경쟁제 한 효과 그리고 관련 시장 상황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했다”며 “통신3사 간 합의가 단통법 위반을 예방하기 자율규제 과정에서 진행됐고, 또 방통위의 행정지도도 어느 정도 관여됐다는 점을 고려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피심의인으로 함께 심사 대상이 됐던 KAIT는 이날 과징금을 면했다. 이번 제재는 이통3사 간 번호이동 가입자 순증감에 대한 조정을 한 건에 대한 것으로, KAIT는 협회로 직접 MNP 순증을 조절할 수 있는 상황에 있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 공정위 과징금 이자 무서웠나…“매출 1% 기준은 자신감 없음을 반영”
더욱이 이번 이슈가 사실상 두 부처의 소관법 충돌에서 비롯됐음에도 불구, 공정위의 판단에서 규제 대상인 이동통신 사업자의 난처한 입장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통신업계에서 나온다.
설령 단통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부당한 경쟁 제한 행위였다 해도, 결국 방통위 지시하에 이뤄졌다면 그게 사업자의 책임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날 브리핑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관련한 질문들에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법적 근거가 없는 ‘권력남용’을 한 방통위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문 국장은 “공정거래법상 판단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말을 아꼈다.
'단통법과 별개로 MNP 조정은 담합'이라는 전제를 이미 정해두고 정황을 통해 추정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이날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피심의인(이동통신사)들은 ‘정황증거밖에 없다’ ‘다 방통위 쪽에 제출된 자료다’고 주장했다. 어떠한 근거로 이 혐의를 구체적으로 특정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상황반 운영 과정에서 그 상황을 기록한 일일동향 보고서를 통해 합의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전원회의에서통신사간 이견이 있었던 내용들이다.
업계에선 공정위 스스로도 인과관계가 약하다고 판단해 매출의 1%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통신3사가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할 것이 자명한 가운데, 공정위가 패소하는 경우 과징금에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과징금을 1% 이하로 부과한 경우는 최근 총 3건으로, 최대 20%까지 부과 가능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 출신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규제 주무기관인 방통위가 ‘담합행위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공정위에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 일반 경쟁법에 의해 통신3사를 규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한 월권행위”라며 “만약 담합행위가 성립한다면 방통위는 담합행위의 수괴라 봐야 한다”고 일침했다.
안 교수는 이어 “담합행위가 인정된다면 통신3사는 단통법 위반 및 전기통신사업법 상 금지해위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받게 될텐데, 그러면 통신3사는 이중 처벌이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며 “나아가 방통위는 스스로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통사가 준법행위를 함으로써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된 점에 대해 공정위 처분에 제대로 방어하고 권한 행사를 하지 못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 통신 3사는 의결서를 수령하는 데로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공정위 주장과 달리 실상은 방통위의 행정지도 아래서 이뤄진 감시 활동으로 ‘담합’은 없었으며, 이에 따른 법적 공방도 불사하겠다는 의견이다.
통신3사 관계자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의결서를 수령하는데로 법적 대응을 포함한 후속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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