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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발전포럼] "K-딥시크 없지 않다... 그동안 못 나온 것" 해법은?

이건한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전세계 AI 시장을 뒤흔든 중국발 '딥시크 쇼크' 이후, 우리 정부와 업계의 대응 방안 수립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디지털데일리의 관련 취재를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와 해법은 '대단위 AI 지원예산 확보'와 소위 '추격조 편성'을 통한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 Genspark AI로 생성한 이미지
ⓒ Genspark AI로 생성한 이미지

"가진 게 없지 기술이 없냐"... AI 추격조 편성해야 할 이유

지난 6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서 열린 '국내 AI 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 회의'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의 '사이다 발언'이 쏟아졌다.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분과위원)는 '추격조 편성' 안을 제시했다. 일종의 태스크포스(TF) 개념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소수의 기업을 추격조로 편성한 뒤 정부 지원을 집중하는 개념이다. 특히 이들만큼은 기존 제도에 묶이지 않고 정부도 그들의 추격을 파격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 주장의 골자다.

같은 날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도 "한국에서 연말까지 딥시크 같은 회사 10개 이상 만드는 법"이라며 ①추격조 대상 국내 데이터 전면 개방 ②GPU 집중 지원 ③AI 인재 인건비 지원 안을 제시했다.

특히 위 3가지 요청은 업스테이지뿐 아니라 국내 모든 AI 기업들의 공통된 숙원이다. 현재 한국의 AI 모델 제작 및 최적화 능력은 미국이나 중국 등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모델 성능을 120%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학습 데이터의 양이 한국은 영어권 대비 적은 편이다. 그나마 사용을 위한 제약까지 많아 활용되지 못하는 데이터가 상당한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설령 데이터를 확보해도 모델 학습과 가동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GPU 등 AI 가속기)이 부족하면 역시 무의미하다. '보유한 GPU 수량'이 곧 개발 속도와 직결되는 만큼 현시점 AI 기업에 GPU는 다다익선인데, 대당 가격에 수천만원에 달하며 글로벌 수요 폭증으로 구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AI용 GPU '블랙웰', 대당 가격은 3~4만달러(약 4300만원~58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 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최신 AI용 GPU '블랙웰', 대당 가격은 3~4만달러(약 4300만원~58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 엔비디아)

일례로 내로라하는 빅테크들은 고성능 GPU를 각자 수만장씩 보유하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고작 수백장 확보도 빠듯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가 우선 GPU 1만장이라도 총력으로 확보하고 추격조에 시기별로 집중 분배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고성능 AI 모델 개발 속도가 그만큼 획기적으로 빨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 모든 자산을 토대로 오픈AI o1이나 딥시크 R1 같은 획기적 모델을 완성하는 건 AI 인재다.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그들의 연봉은 '부르는 게 값'인 점이다. 일류기업일 경우 평균 10억원, 많게는 2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다. 중소규모 국내 AI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다. 이는 '사기업 인건비를 정부가 일부 지원하라'는, 일면 비합리적이며 업계 내에서만 농담처럼 돌던 이야기가 결국 수면 위로 올라온 이유다.

수조원대 여야 추경 논의, 실행에 옮겨야 할 때

추격조 편성이든, GPU 및 인재 연봉 지원이든 필요한 건 충분한 정부 예산이다. 다행인 점은 우리 정부와 국회도 공감대를 형성하며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AI 업계, 학계와 긴밀하게 소통 중인 제22대 국회는 최근 문제 해결을 위한 AI 추경 예산 편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활발한 여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AI 특위는 지난 3일 "AI 추경 규모가 5조원이든 10조원이든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누구와도 토론 가능하다"며 "AI 패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추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안철수 의원)"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AI 특위도 이튿날 "AI 추경은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고, 추경 과정에서 민주당 주장만 고집하지 않고 여당과 빠르게 합의하겠다(이언주 의원)"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는 4일 10시 9간담회실에서 '딥시크 쇼크 대응과 AI 발전 전략'을 주제로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는 4일 10시 9간담회실에서 '딥시크 쇼크 대응과 AI 발전 전략'을 주제로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과제는 논의를 넘어 '시급한 추진'이다. 현재 글로벌 AI 업계에선 매달 주요 기업들이 고성능 AI 신모델을 쏟아내면서 '최고 모델 순위'도 수시로 바뀌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수준급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관망하는 모양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GPU 보유량이 곧 모델 개발 속도와 직결되는데, 매달 순위가 바뀌는 속도전 경쟁에서는 글로벌 경쟁사 수준의 모델 개발에 수개월이 걸리니, 뒤늦은 공개의 의미가 매번 퇴색되고 있는 까닭이다.

관련하여 지난 1월31일 조국혁신당은 구글 출신의 이해민 의원을 비롯해 강경숙, 백선희 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딥시크 파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참으로 조용하다"며 "기초연구와 AI 분야에 대한 추경이 하루라도 빨리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GPU 확보 앞당기는 정부... 누구에게 줄까?

이처럼 대응이 느리다는 일부 비판이 따르지만 정부도 기존 AI 지원 계획 일정을 앞당기는 등, 2월 들어서는 이전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업계의 주요 요구였던 GPU 지원 정책은 올해 실질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4일 '2025년도 과기정통부 핵심과제 추진 상황' 브리핑에서 "국가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GPU를 2030년까지 3만장 확보하겠단 계획을 2027년 초까지 앞당기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 목표치의 절반인 1만5000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6일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도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는 한편, 국가AI위원회에서 AI 3대 강국(AI G3) 도약을 위한 세부 전략들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으로의 관건은 실제 확보될 추경 예산의 규모 및 집행 시기가 될 전망이다. 예산 투입 대상도 종전대로 국내 AI 업계·학계 전반이 될지, 실제 추격조와 같은 국가의 총력지원 그룹 선정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알림 ※

2025년 창간 20주년을 맞은 디지털데일리는 <AX발전포럼>을 출범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AI 산업 발전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합니다. 최형두·조인철·이해민 의원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유관부처와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합니다. AX발전포럼 출범식 및 정책토론회는 2월19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딥시크 쇼크: 2025 한국 골든타임 확보 위한 정책 제언'을 주제로 진행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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