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리보고서] 캐즘 겪은 K-배터리, '트럼프 리스크' 전면 대비 나섰다
배터리⋅소재 관련 정책 동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한 주 동안 열심히 달린 <소부장박대리>가 지난 이슈의 의미를 되새기고 차주의 새로운 동향을 연결해 보고자 독자들을 위해 주간 보고서를 올립니다. <박대리보고서>를 통해 한 주를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트럼트 재집권 '그린 뉴딜 폐지' 선언…K-배터리, 대응 과제 직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재임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업계는 커다란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은 친환경 정책을 축으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대폭 수정될 가능성을 예고하며,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라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재차 강조했다. 취임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우대 정책을 포함한 '그린 뉴딜'을 종료하고, 전통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친환경 정책들을 철회하고, 화석 연료와 원자력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산업 부활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AMPC(첨단 제조 세액공제) 등 배터리 산업의 지원책이 당장 폐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할 우려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약화할 때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은 단기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라며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선제적인 시장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민테크,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진단 유럽 특허 취득
민테크가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을 활용한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수명 진단 기술로 유럽 특허를 취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다.
민테크는 21일 '배터리 재사용 수명 진단 방법(METHOD FOR DIAGNOSING STATE OF REUSE OF BATTERY)'에 대한 유럽 특허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의 재사용 가능 여부를 평가하고, 수명을 정확히 진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번 특허는 사용 후 배터리의 잔존 수명(State of Health, SOH)과 출력 수명(State of Power, SOP)을 동시에 고려해 최종 재사용 수명을 산정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민테크에 따르면, 먼저 OCV(Open Circuit Voltage, 개방회로 전압)의 변화에 따라 충전 상태(State of Charge, SOC)를 계산한 뒤, 이를 기반으로 SOH를 추정한다. 이후 배터리 출력 데이터를 활용해 SOP를 산출하고, 이를 조합해 최종적으로 재사용 수명을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EIS 기술이 활용돼 높은 정확도를 보장한다.
민테크 관계자는 "이번 특허는 세계 최초로 EIS를 활용한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수명 진단 방법"이라며 "특허 등록 전까지 해당 기술에 대한 연구나 특허는 전무한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2019년 국내 특허 취득을 시작으로 2022년 미국 특허를 획득했으며, 이번에 유럽에서 특허 등록을 완료하며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의 원천 기술 확보를 마쳤다.
LG엔솔, 작년 말 4680 양산 돌입…테슬라 부진에 물량 확대는 '쉼표'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말 오창 공장에서 4680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주 고객사인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수요가 둔화되면서, 양산 규모가 아직 본 궤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1분기 말부터 양산 공급을 재개하고 차츰 물량을 확대해 갈 것으로 내다봤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1월 이후 4680 배터리 셀 초도 양산에 돌입했다. 정확한 공급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의 검증을 거치기 위한 물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를 적용키로 했던 테슬라 사이버트럭의 판매가 더뎌지면서 추가적인 공급은 다소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4680 배터리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규격으로, 본래 원통형 규격이던 1865·2170 대비 지름과 길이가 커진 배터리다. 기존 2170 대비 지름 크기가 2배 커지면서 더 높은 에너지밀도와 용량을 갖췄고, 전기차 한 대당 배터리 탑재 수량은 물론 불용공간을 줄일 수 있어 원가 절감·주행거리 향상을 모두 갖출 수 있는 배터리 시장 내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이 배터리는 테슬라가 2021년 인베스터 데이부터 개발을 발표한 이래 자체 양산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난이도가 높은 양극판 노칭·용접 공정 및 셀 안정화로 인해 대량 양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자체 물량 중 전극을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에서 받아오거나, 협력사의 공급 비중을 높이는 등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타개책을 마련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지난해 8월쯤 4680 배터리를 조기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양산 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공급 요청이 지연되면서 연말에 이르러 양산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할 4680 배터리 물량이 당장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가 4680 배터리를 일부 모델Y를 제외하고는 사이버트럭을 중심으로 탑재하고 있어 물량이 한정적인 데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되는 여파가 남아 있어서다. 특히 사이버트럭은 현재 재고 수준이 높아 가격을 인하하는 등 판매 부진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취임 직후 'IRA 폐기' 내건 트럼프…"행정명령으론 중단 불가"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친환경차 의무화 및 우대 정책을 대폭 축소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디딤돌이 됐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폐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IRA를 폐기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한 만큼 전면 폐지를 위해서는 난항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미국 에너지의 해방'이라는 이름의 행정명령을 통해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추진한 친환경차 우대 정책을 대거 축소·삭제했다. 개인·민간·정부 등의 전기차 구매 의무화 폐지를 명시했으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에 제한을 뒀던 주 정부 배출 규제와 2030년까지 신차 중 50%가 신차여야 한다는 내용 등을 백지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IRA 및 인프라법과 관련한 자금 지출을 즉시 중지하고 이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철폐를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IRA은 바이든 전 행정부가 제정한 친환경에너지·차량 보급 장려 정책으로,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차량에 세액공제를 지급하는 요건과 배터리 생산 등에 대한 생산보조금(AMPC) 등이 명시돼 있다. 이 정책이 폐기된다면 전기차 현지 생산을 위해 진출한 현대자동차그룹은 물론, 현지 배터리 생산 및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배터리 3사까지 전방위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이동채 에코프로 '원가절감 특명'…"아웃소싱 확대·도가니 비용 절감"
전기차 캐즘 현상(일시적 수요둔화) 속, 양극재 기업들의 사업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에코프로는 이동채 전 회장의 지시 아래, 본격적인 원가절감 대응에 나선다. 이 전 회장은 비핵심 생산 프로세스에서의 아웃소싱 확대와 공정 효율화, 국산 자재 개발을 통해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캐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1932억원, 당기순손실은 20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영업이익 4176억원, 순이익 2287억원에서 대규모 적자 전환으로 돌아선 수치다. 특히 올해 4분기에도 적자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연간 실적 또한 적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의 실적 악화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시장이 성장 정체기를 맞은 캐즘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배터리 소재 시장의 수요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진 데다, 수익성 높은 주문이 감소해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복귀한 이동채 회장은 그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원가 절감 방안을 지시했다. 그는 "경쟁사 대비 가격은 낮고, 기술력은 높은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미국과 유럽 진출을 위해 제조 원가 절감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제조 공정의 전반적인 효율화를 주문함과 동시에, 아웃소싱 확대를 통한 비용 절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주선 "슈퍼사이클 올라타자"…삼성SDI, 작년 R&D 투자 최고치 경신
삼성SDI가 작년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꿈의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등 개발을 지속하는 한편, 글로벌 R&D 네트워크 및 협력을 강화하는 덕이다.
22일 삼성SDI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는 98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누적 대비 18% 증가했다. 2023년에 이어 연구개발 증가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작년 연간 R&D 비용은 2023년 기록한 약 1조1000억원을 넘어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삼성SDI는 전고체, 46파이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 개발 투자와 함께 국내외 연구소 중심으로 글로벌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극대화된 차세대 제품으로, 기존 분리막을 독자 조성한 고체 전해질 소재로 대체하고 혁신적인 무음극 기술을 적용했다. 또 음극 부피를 줄이고 양극재를 추가해 현재 양산 중인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40% 가량 높였다. 이 제품은 지난 2023년부터 고객사들에게 샘플을 공급하며 관련 협의를 이어오고 있으며,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종합] 대규모 적자에 '절치부심' LG엔솔·삼성SDI…CAPEX 축소·제품 확대에 초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전기차 수요 정체(Chasm)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강도 높은 운영 효율화 전략을 제시했다. 미국의 불확실한 정책 방향성에 대비해 신규 투자를 최소화하는 한편, 올해와 내년 중 양산에 돌입할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공급 대응으로 생존 전략을 마련하겠단 방침이다.
삼성SDI는 24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설명회를 열고 연결기준 매출 3조7545억원, 영업손실 2567억원을 기록한 경영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8% 줄고 전분기 대비 4.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전분기 대비 각각 적자전환했다. 삼성SDI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7년 1분기 이후 약 8년만이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대거 반영한 LG에너지솔루션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6조4512억원, 영업손실 225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4%, 전분기 대비 6.2% 각각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전분기 대비 각각 적자전환했다. 4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 금액은 3773억원으로, 이를 제외한 4분기 영업손실은 6028억원이다.
전기차 캐즘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말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에 따라 전방업체의 판매량이 부진했고, 이에 따른 재고조정이 시작되면서 배터리 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양사가 신규 라인을 가동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증가했고, 불용 원재료 및 셀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손익도 크게 악화됐다.
올해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식 출범에 따른 정책적 불확실성과 소비심리 지연 등 경기침체 지속에 따라 녹록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를 행정명령으로 내세우면서 단기적인 변동성이 극심해졌고, IRA 30D에 기재된 차량 한 대당 7500달러의 소비자 보조금이 폐지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수요 회복에 대한 리스크도 커졌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이와 관련해 "전기차 세액공제가 포함된 IRA 30D는 폐지 또는 축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보인다"며 간접적인 배터리 시장 둔화 영향을 우려했다. IRA 45X 조항인 AMPC의 변동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 배터리 업체에 대한 직접 수혜의 축소 가능성은 비교적 낮게 봤다.
배터리 등 수출 산업의 영향을 줄 수 있는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부사장은 "관세 역시 즉각적인 세수확보나 수입품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유불리를 따져보면 보편관세보다 통상 압박에 필요한 특정국 대상 고율 관세, 부가관세가 더 가능성 있어보인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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