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인공지능(AI) 기본법 통과 이후, 정부가 하위법령 제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가운데, 업계 협회를 중심으로 기업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첫 회의가 개최됐다.

정부에서 하위법령 제정을 본격화하기 위해 출범한 ‘하위법령 정비단’에 AI 기업의 목소리를 직접 담을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AI 관련 협회가 나서서 이들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창구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회의에는 국내 AI 스타트업부터 주요 AI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여 AI 기본법 중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조항들을 중심으로 각사 정책 및 법무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정부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22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서울 강남구에서 ‘AI 기본법 하위법령 작업반-회원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KOSA 관계자를 비롯해 네이버, LG, 뤼튼테크놀로지스, KT, 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AI 관련 기업들이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KOSA는 향후 산하 ‘초거대 AI 추진협의회’ 소속 기업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다양한 업계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이날 회의는 AI 기본법 하위법령과 관련해 업계 목소리를 담기 위한 자리로, 각 기업들은 검토 조항에 대한 사전 의견 질의서를 전달받았다. 이들이 사전 검토에 돌입한 조항들로는 ▲32조 인공지능 안전성 확보 의무 ▲26조 국내 대리인 지정 ▲31조 인공지능 투명성 확보 의무 사항 ▲제35조 인공지능 영향평가 ▲30조 인공지능 검·인증 ▲33조 고영향 인공지능의 확인 ▲34조 고영향 인공지능과 관련한 사업자의 책무 ▲40조 사실조사 등이다.

KOSA는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관련 업계 의견을 종합해 AI 기본법 하위법령 제정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하위법령 정비단’을 출범한 만큼, 업계와 밀접한 협회 등을 통해 업계 의견을 종합함과 동시에 3개 워킹그룹 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본격적인 하위법령 제정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15일 AI 기본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하위법령 정비단을 출범했다. 관련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시행령 초안을 마련한 뒤, 관계부처 및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진행하는 등 소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AI 기본법 하위법령을 제정하는데 있어 AI 기업들의 입장을 직접 전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민간 전문가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정비단 운영 과정에서 기업 이야기는 빠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우고, 기업들의 목소리를 위해 국내 SW 산업계 대표 협회인 KOSA가 직접 나선 모습이다. 최근 KOSA는 AI 산업 지원의 의지를 다진 바 있다. AI 대표 협회를 자처하며 그 첫 행보로 이번 간담회를 개최한 것으로 풀이된다. KOSA는 앞서 AI 중심 조직개편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간담회를 주도한 AI산업본부를 신설하고, 인사발령을 단행하는 등 작업이 이어졌다. 조준희 KOSA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협회 내 ‘초거대 AI 추진협의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AI 기본법 제정과 예산 확대는 우리 산업의 미래를 위한 굳건한 기반이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