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결제 건당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애플페이가 확산 수순을 밟으면서, 기존 무료였던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의 유료화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17일 카드 및 전자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사업자인 신한카드가 이르면 내달 애플페이를 도입한다. 지난 2023년 국내에 처음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에 이은 결정이다.

업계 추산 양사의 국내 카드 시장 점유율은 50% 수준에 달한다. 이뿐 아니라, KB국민카드도 애플페이 도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본격 확산할 조짐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간편결제 수수료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애플과의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명확한 수수료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애플페이가 결제 건당 카드사로부터 0.15%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본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다른 국가의 경우, 결제 건당 카드사에 부과하는 수수료가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0.05%, 중국은 0.03%로, 한국의 애플페이 수수료는 중국 대비 최대 5배 수준에 달한다.

또한 애플페이는 국내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는다. 해외 결제규격(EMV)을 사용하기에, 애플페이 결제 시 카드사가 토큰 발행 비용을 추가로 비자·마스터카드 등에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국내 카드사 입장에선 애플페이에 대한 수수료는 물론 해외 결제망 사용료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는 수수료도 발생하지만, 국내 보급률이 다소 낮은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을 쓴다. 카드사들이 여러 부담을 감수하는 배경엔 애플의 강력한 20~30대 소비자층이 자리 한다"며 "애플페이를 연동하면, 애플 유저들이 자사 카드를 이용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카드 공룡들이 애플페이를 도입하면, 결국 다수의 카드사들이 애플페이를 지원하게 된다. 이때 우려되는 점은 카드사들의 수수료 부담이 결국 소비자 혜택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던 국내 간편결제 시장 판도도 변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애플의 스마트폰 최대 경쟁자이자 국내 간편결제 최대 사용률을 보이는 '삼성월렛'까지 수수료 유료화 가능성이 관측된다.

지난해 10월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조사한 간편결제 앱 사용 현황에 따르면 삼성월렛 사용률은 61.5%로 가장 높았다. 삼성월렛이 애플페이를 따라 유료화될 것이란 의견은 과거에도 제기된 바 있으나, 삼성전자는 상생경영 차원에서 무료 정책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간편결제 수수료 적용이 표준이 되면 삼성월렛도 결국 업계 관행에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80% 수준이다. 이에 기반해 높은 보급률을 자랑하는 삼성월렛이 수수료 유료화를 선언할 경우, 카드사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