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경쟁력강화방안]③전광훈도 적자…설비투자 여력있는 사업자는 ‘단 한 곳’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의 목표를 한줄로 요약하면, 결국 풀(Full)MVNO 사업자 육성이다. 정부의 제4이통(신규사업자) 선정이 좌초된 가운데, 이동통신3사를 견제할 힘센 알뜰폰 사업자를 육성하고 결과적으로 경쟁을 통해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실화 가능성이다. 풀MVNO 사업자가 되려면 자체 설비 구축에만 수백억원대 투자비가 소요되는데, 당장 알뜰폰 시장 내 그만한 여력을 가진 사업자가 있냐는 것이다. 실제 설비투자비를 감당할만한 영업이익을 낸 사업자는 한 곳에 불과했다.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이훈기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매출이 집계된 알뜰폰 업체(IoT 제외) 가운데 백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단 한곳에 불과했다.
풀MVNO는 기지국을 제외한 자체 설비를 갖춘 알뜰폰 사업자를 말하는데, 독자 상품 설계가 가능해 통산3사의 대항마로 주목됐다. 자사 가입자 요금 정보를 분석해 제휴·결합 할인이나 특화상품 등 맞춤형 상품을 기획할 수 있고, 청구·수납 대행 비용을 절감해 통신요금 인하 여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알뜰폰 시장에서 자체 설비 구축에 투자할만한 여력을 가진 사업자가 있냐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실제 이 의원실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알뜰폰업체 58곳 중 백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업체는 한곳에 불과했으며, 수십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곳도 16곳(27.6%)에 그쳤다.
매출이 집계된 53곳 중 적자를 기록한 업체는 총 21곳(39.6%)이었다. 올해부터 모든 알뜰폰 사업자가 전파사용료를 내야하는 가운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는 사업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설립한 알뜰폰 업체 더피엔엘(퍼스트모바일)도 적자를 면친 못했다. 6만원대 헌금성 요금제를 내세운 더피엔엘은 2023년 5억19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풀MVNO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스테이지파이브 역시 전파사용료를 내게되면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억8000만원 영업익을 기록하며 최초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전파사용료가 100% 부과되면 총 1억125만원(2024년7월 가입자 기준)을 내야한다. 당장 올해는 20%인 약 2025만원을 내게된다.
통신사 계열과 KB국민은행(KB리브엠)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풀MVNO 후보자로 거론되는 리브엠의 경우 2023년 113억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 세종텔레콤과 여유모바일은 이미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세종텔레콤만해도 영업손실액이 ▲2020년 12억9900만원 ▲2021년 30억7500만원 ▲2022년 49억3700만원 ▲2023년 61억5100만원으로 확대됐다.
업계에선 연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체계도 구축해야 하는 가운데, 올해를 기점으로 알뜰폰 사업을 접는 곳이 더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데이터 도매대가를 크게 낮추고 연단위 데이터 선구매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불구, 현재 시장에서 풀MVNO 사업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대규모 자본을 갖춘 사업자를 알뜰폰 시장에 들어와야하는데 현재로선 정부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점유율 제한법 탓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는 이동통신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KB리브엠과 같은 금융권 등 대기업을 포함해 60%로 규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안이 통과되면 대기업 또는 그 계열사는 겨우 80만여명의 가입자만 추가 확보 가능하다. 즉, 규모가 있는 사업자를 유인하기 위한 국회의 협조가 요구된다.
이 같은 복잡한 상황들에도 불구, 학계가 풀MVNO에 거는 기대는 생각보다 낙관적이다. 사물인터넷(IoT) 부문에서 B2B(기업고객) 사업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풀MVNO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유선망 기반 CCTV의 해킹 위험 증가로 5G 특화망 CCTV의 유통이 활성화되면서 망 트래픽에서 CCTV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는데, 관련 업체에 망을 도매하는 중개 사업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정부가 초기 설정한 알뜰폰 정책방향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전문가는 “(기존 알뜰폰 사업자가) 풀MVNO를 하려면 외부 투자를 받아야할 것”이라며 “다만, 투자자들이 현재 통신시장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전문가는 “(알뜰폰이) 통신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구조에선 가격을 압도적으로 저렴하게 설계하기 어렵다”라며 “단순히 B2C에서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이 아닌 B2C 혹은 B2B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역할로서 알뜰폰을 새롭게 정의해, 대규모 사업자를 알뜰폰 시장에 유인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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